증시 상황이 악화되면서 기업공개를 추진하던 기업들의 상장철회와 연기가 속출하고 있다.
3일 올해 정보기술(IT)기업 상장(IPO) 중 가장 큰 규모로 여겨졌던 SK C&C가 증시 상황에 대한 우려로 상장 연기를 밝히면서 IPO시장이 한여름에 찬바람이 일고 있다. 이번 SK C&C의 상장 연기는 약진통상과 한솔교육의 상장 철회에 이은 것이어서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던 IPO 업계는 더욱 더 큰 충격에 빠졌다. 또 이날도 코스닥 업체인 드래곤플라이가 상장을 철회했다.
IPO 전문가들은 “SK C&C의 상장 철회는 최근 증시의 급격한 하락 상황 때문으로 이를 계기로 더 많은 기업이 기업공개를 꺼리고 있어 상장 철회 도미노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IPO 철회 도미노 현상 ‘우려’=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LG이노텍, 롯데건설 등은 예정대로 IPO를 준비한다고 밝혔지만 올 상반기 코스닥 상장심사를 통과한 기업들은 확실한 상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투자증권의 IPO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최근 수요예측이 끝난 기업 가운데도 상장 철회나 연기를 검토하는 곳도 3∼4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KRX의 상장유치팀 한 관계자도 “당초 올해 유가증권시장 20개를 포함해 50개 기업이 상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심사청구를 통과한 기업조차 기업공개를 미루거나 철회하는 곳이 생겨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증시 하락에 투자자 공모주 시장 ‘외면‘=이처럼 IPO기업들이 상장 철회와 연기가 잇따르는 것은 주식 시장이 지난해 말 1800포인트에서 올들어 1600선으로 200포인트 넘게 하락하며 증시의 불안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피 상장사로는 9년만에 처음으로 공모청약에서 미달 사태를 빚은 비유와상징은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제약업체인 명문제약도 1일과 2일 공모주 청약을 실시했지만 1.82대1의 경쟁에 불과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음을 방증한다.
여기에 코스닥 새내기주들도 상장 첫날 줄줄이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어 투자자는 물론 주관사, 발행사 모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청구기업들의 기대를 못미치는 공모가도 상장 철회의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약진통상과 지난달 24일 한솔교육의 상장철회는 모두 낮은 공모가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발행사 입장에선 IPO를 통해 목표로 했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미달된다면 이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
한국투자증권 IPO 한 관계자는 “공모가를 높이려는 발행사와 공모가를 낮추려는 주관사 입장이 엇갈려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약세장까지 맞물려 당분간 IPO의 한파가 당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경민기자 km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