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을 오랫동안 앓아와 거동이 불편한 A할아버지는 계단을 내려가다 다리를 헛디뎌 갑자기 쓰러졌다. 허리띠에 착용한 낙상 센서와 휴대폰 알림 기능이 자동적으로 병원에 호출, 곧바로 구급차가 출동했다.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의무진은 와이브로를 이용해 환자의 상태를 고화질로 실시간 통신함으로써 의사와 상의,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지식경제부는 오는 2010년까지 이 같은 개념의 IT 융합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른바 IT와 의료를 묶은 u헬스 시대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IT서비스 업계가 IT 융합 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 정부, 사회의 정보화, 효율화를 이끌어온 IT서비스 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IT 융합 산업을 바라보고 있는 것. 이미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IT 서비스 수요는 한 자릿수 성장이라는 정체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IBM, 액센츄어, EDS 등 선발기업은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 규모의 경제에서 국내 기업들을 크게 앞서고 있어 IT서비스를 해외에 수출하는 수출 모델로의 전환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IT 융합 산업이다. 이미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은 도시기반시설에 IT를 접목해 쾌적, 편리, 안전을 더욱 강화한 u시티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탄, 파주, 판교 등에 u시티를 접목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동, 아시아 국가에 u시티 모델을 수출했거나 모색 중이다. 지난 상반기에만 SK C&C·SK텔레콤·SK건설이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BDA)에 u시티 개념의 도시 개발을 진행하기로 베이징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포스데이타도 중국 지린성 옌지시와 u시티 구축 사업에 대한 MOU를 교환했다. 삼성SDS는 u시티 내 모든 상황을 인식하는 도시운영 통합 플랫폼인 ‘유비센터(Ubi Center)’를 개발했으며 LG CNS도 u시티 통합 운영 플랫폼인 ‘UMC(u-City Management Center) 솔루션’ 개발을 완료했다. 특히 이 IT서비스 기업들은 u시티와 관련된 △ 하이패스를 포함한 고속도로 요금징수시스템 △ 자동요금징수, 철도통신 등 철도교통관련 시스템 △ IBS 및 영상시스템과 홈네트워크 사업 등에서는 이미 상당 규모의 수출 실적을 기록 중이다. IT서비스 기업들은 u시티 외에 새로운 IT 융합 산업을 발굴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 CNS는 전광판 사업은 물론이고 IBS와 연계된 조명 사업까지 진출했으며 포스데이타는 와이브로에 이어 미국 IPTV 사업까지 진출하기로 했다. 삼성SDS는 임베디드 SW분야인 엔지니어링아웃소싱 분야에서 일정 성과를 내고 있으며 SK C&C는 계열사와 함께 다양한 IT 융합 산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미래 전략으로 IT 융합 산업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개편도 잇따르고 있다. LG CNS는 이달 IT 융합 산업을 전담하는 ‘u엔지니어링사업본부’를 신설하고 김도현 부사장이 이를 전담하도록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u엔지니어링 사업본부는 건설·IBS, 교통·SOC, u시티, 신재생에너지, 영상사업과 u엔지니어링 관련 해외사업을 맡게 된다. SK C&C는 올 초 u시티 등 IT 융합 분야 사업 발굴을 전담할 신규 사업부문을 신설, 특히 기존의 u시티 담당을 ‘u시티 추진 사업본부’로 확대 개편, 신규사업부문에 배속시켰다. SK C&C는 u시티 추진 사업본부를 통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IBS(건설·지능형 빌딩시스템), 시설물관리시스템(FMS), 교통, SOC, u시티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삼성SDS도 지난해 신설한 u시티사업팀, u시티추진단 등을 주축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또 올해 사업목적에 신재생에너지를 추가하고 다양한 IT 융합 산업 기회 창출에 나서고 있다. 이지운 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IT 융합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IT는 물론이고 도메인날리지(타 산업 이해도)가 필요한데 그러한 역할에 가장 적합한 기업이 바로 IT서비스 기업”이라며 “특히 조선, 자동차, 국방, 건설 등의 분야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만큼 IT 융합 산업에서는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뚜렷한 강자가 보이지 않는 IT 융합 산업, IT서비스 기업들의 의도된 외도가 빛을 발할지 관심이 쏠린다.
유형준기자,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