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청정, 대체에너지 개발 광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반도체·인터넷 등 정보기술(IT) 분야를 대신해 태양광과 풍력 등 대체에너지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성장 산업으로 자리잡았지만 과열 투자와 난개발에 따른 폐해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내무부 소속 공공토지관리국(BLM)은 지난 5월 태양광 발전소 설립에 필요한 공공 토지 인·허가를 향후 2년간 유예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을 만들기 위해 사막 등 공공의 자원이 난개발되면서 되레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환경영향평가 등 일련의 조사를 거쳐 정부가 추가적인 허가를 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태양광 에너지 기업들은 즉각 반발했다. 연방 정부의 조치가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대체에너지 산업의 싹을 잘라버리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BLM의 이번 결정으로 실리콘밸리에 있는 125개 기업들은 공장 설립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들이 확보해 둔 100만 에이커 부지가 인·허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팰러앨토 소재 태양판 전지 기업 아우스라의 홀리 고든 부사장은 “애리조나와 네바다의 공장 설립이 중단 위기에 놓였다”면서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투자자로 참여해 모자브 사막에 관련 시설을 설립하기로 했던 오클랜드 소재 브라이트소스에너지의 조슈아 바 레브 부사장은 “환경영향평가를 내세워 정부가 갑작스럽게 정책을 발표한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사유지를 매입하게 되면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 설립 자체가 불가능하니 정책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BLM은 관련 기업들의 엄청난 반발을 이기지 못해 두 달여 만인 지난 2일 관련 조치를 철회하기로 결정, 삼일천하로 끝났다.
그러나 대체, 신재생에너지 과열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미 상원은 태양열·풍력·지열 등의 에너지 연구개발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보장하는 법안의 기한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미 정부는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에너지 기술 연구를 위해 관련 장비를 사거나 부지를 확보할 때 30∼50%의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해온 것. 한시적으로 실시했던 이 법안이 청정, 대체에너지 산업 확장에 큰 효과를 보자 기업들이 관련 법안의 연장을 요구하면서 상원이 표결까지 벌였다. 하지만 상당수 IT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형평성 논란이 벌어진데다 세금 징수액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면서 불발로 끝났다.
미 정부의 이같은 판단은 다른 국가로도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제공해온 각종 혜택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또 새롭게 설립할 설비는 발전용량을 300메가와트(㎿)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동안 스페인 정부는 태양 에너지 설비 건설시 국내외 기업에 35%의 세제 혜택을 줘왔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태양 에너지 기업 선파워는 큰 타격을 받았다. 선파워는 스페인에 관련 설비 마련을 추진하는 상황이었다. 선파워의 주가는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전날보다 7.4%가 하락한 66.65달러에 마감됐다.
아메리칸테크놀로지리서치의 존 하디 애널리스트는 “스페인은 태양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었다”면서 “관련 업계에 전반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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