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업계에 환경유해물질인 할로겐을 쓰지 않는 ‘할로겐프리(Halogen free)’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브로민 등 할로겐족 화합물은 PCB 원부자재에 많이 사용됐지만 유럽·미국 등 선진국의 전자제품 유해물질 사용규제 강화로 설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제품·휴대폰 제조사들이 규제에 걸릴 수 있는 요소를 예방하기 위해 ‘탈할로겐’을 선언하면서 PCB업계도 이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제조공정이 단순한 휴대폰을 시작으로 다른제품에서도 ‘할로겐프리’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PCB 선두업체인 삼성전기는 고밀도기판(HDI)사업팀에서 지난 2005년 초부터 양산에 들어가 지난해 하반기 전환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현재 주력 모델인 휴대폰, 네트워크용 제품들은 고객사의 요구로 할로겐프리로 공급 중이다.
LG마이크론은 최근 0.25㎜ 두께의 D램 실장형 할로겐프리 BoC(Board on Chip)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반도체로도 접목을 시도했다.
FPCB업체인 인터플렉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에서 전환 요청이 들어와 이미 동박적층판(CCL) 등 원자재는 할로겐프리 제품을 사용 중이다. 현재 약품, 잉크 등 부자재도 전환작업에 한창이다.
윤여걸 인터플렉스 기획팀장은 “국내에서는 할로겐프리가 권고사항이지만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규제 자체가 다르다”면서 “물성변화에 따른 수율문제 등에서 벗어나 현재는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소재업체 역시 PCB업체들과 친환경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 1위 CCL 공급업체인 두산전자는 지난해 2분기 할로겐프리 CCL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휴대폰과 메모리모듈용 제품은 적용이 끝난 상태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디지털TV 제품도 일본 고객사에서 곧 채택할 예정이다. 다른 제품들도 이미 개발을 마쳤으며, 언제든 고객사의 요구가 있으면 즉시 양산에 돌입한다는 전략이다.
FCCL업체인 이녹스도 올해 수주받은 신모델은 100% 할로겐 프리 제품만을 생산하고 있다.
홍정봉 이수페타시스 대표는 “공정이 단순한 휴대폰용 제품은 할로겐프리가 가장 먼저 활성화됐으며, 올 연말까지 전부 교체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고다층기판이나 반도체패키지도 복잡한 공정 교체 등이 문제가 되지만, 향후에는 할로겐프리 전환이 예정된 수순이라고 내다봤다.
설성인기자 sis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