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떼면 반품 불가" 소비자들 뚜껑 열린다

"스티커 떼면 반품 불가" 소비자들 뚜껑 열린다

 ‘스티커 떼면 반품 안 됩니다.’

 최근 제조사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MP3플레이어를 구입한 김씨(23). 도착한 제품 박스에는 ‘봉인 라벨이 파손되면 반품이 안 된다’는 취지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박스를 뜯어 보고 물건이 생각과는 달라 반품하려 한 김씨는 제조사 고객센터로부터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반품은 안 된다”며 “박스를 개봉해 스티커를 떼면 반품이 불가하다는 것을 명시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씨는 “구성물이 제대로 들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박스는 뜯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개봉 시 반품 불가’를 박스에 표시하는 행위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몇몇 가전제품 및 디지털기기의 포장 겉면에는 문구를 넣거나 스티커를 붙여 단순히 박스를 훼손하는 것만으로도 반품이 불가한 것처럼 알리고 있다.

 인터넷으로 구매해 제품을 배송받았을 때 팅크웨어의 내비게이션 아이나비 전 제품, 디지털큐브와 유경테크놀로지스의 PMP 아이스테이션 및 빌립 전 제품, 애플의 MP3P 아이팟 전 제품, 모토로라 휴대폰 등에는 이 같은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자상거래등에서의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전소법) 제17조에 따르면 통신판매를 통해 재화를 구입한 소비자는 재화를 공급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나 계약해제를 할 수 있다. 이는 비대면 거래라는 전자상거래의 특성상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다. 제품에 중대한 결함 시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포장을 훼손한 것이라면 반품이 가능하다.

 오승건 한국소비자보호원 차장은 “이는 음식점에서 신발을 분실하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를 적어놓는 것과 동일한 사례”라며 “일방적인 고시로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전소법 제21조는 ‘허위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려서 소비자의 청약철회 등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00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같은 행위로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방해한 13개 홈쇼핑·인터넷 쇼핑몰에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가전제품은 상품포장을 개봉한 이후에는 반품·교환을 하실 수 없습니다’ 같은 문구를 정해 소비자의 청약철회 행위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김정자 소비자시민의모임 실장은 “2005년 공정위의 시정 조치 후 주춤하던 관행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반품이 불가한 것처럼 알리는 것은 허위, 과장된 사실을 알리는 것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박스 훼손만으로 반품을 거부하는 것은 공정위의 시정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사항”이라며 “제조사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윤주기자 cha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