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눈으로 보면 공포 밖에 보이지 않지만, 두 눈으로 보면 기회가 보일 겁니다. 글로벌 1등 기업은 불황 속에서도 다가올 ‘축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 기업에 투자하는 게 저의 자산운용 철학입니다.”
지난달 투자자문업에서 자산운용업으로 전환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강방천 회장(47)은 이 같은 말로 주변의 우려를 일축했다. 강 회장의 이 같은 자신감은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다. 과거 외화위기 당시 폭락장 속에서 순전히 가치투자만으로 1억원이라는 자금을 불과 1년 10개월만에 156억원으로 불렸던 것이다.
“모두가 공포에 휩쓸려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때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증시의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폭락의 시기가 5∼10년 동안 지속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주가가 회복하는데 1년 2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블랙먼데이도 9개월 만에 회복됐죠. 폭락장은 좋은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수반하는 법이죠.”
강 회장의 자산운용철학은 ‘하이엔드 산업’의 일등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강 회장이 정의하는 하이엔드산업은 수요가 지속되면서도 경기 변동에 흔들림 없는 분야를 말한다. 이런 원칙에 따라 에셋플러스 자산운용은 명품·금융·의료서비스 등 23개 산업군 안에 있는 170개의 글로벌 기업을 투자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하이엔드 산업은 극소수의 글로벌 일등 기업이 과점으로 지배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이머징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떠오른 신흥부자들이 고급제품의 소비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과시적 소비로 수요는 급속히 늘어나는데 그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제한적이니 기업수익이 올라갈 수 밖에 없죠.”
강 회장은 장기투자 원칙을 지키기 위해 소수 고객을 대상으로 펀드를 직접판매하기로 했다. 에셋플러스 자산운용의 펀드는 강남 본사, 양재동 ‘해피니스센터’ 에셋플러스 홈페이지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판매하는 상품도 한국, 중국, 글로벌펀드 단 3개에 불과하다. 또 ‘포트폴리오 매니저(PM)’ 제도를 통해 펀드를 추천·판매·관리한다. 다른 자산운용사들 처럼 펀드 판매사를 통해 간접판매하는 방식으로는 장기투자가 어렵다고 믿기 때문이다.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을 투자자들도 잘 압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운용철학과 종목 편입 논리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불안한 마음에 펀드 갈아타기를 하다가 손해를 보고 말죠. 자산운용사도 인기나 판매를 목적으로 우후죽순으로 펀드를 개발하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고객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말죠. 고객과 운용사가 끊임없이 소통하고 투자의 지혜와 철학을 공유하는 그런 자산운용사로 만들겠습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 사진= 박지호기자 jiho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