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00억원 규모 지열 지원 확대와 추경예산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자금을 집행하는데다 서로 모순되는 정책도 있다며 정책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중장기적 접근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정부는 민생 불안 해소에 우선 초점을 맞췄으며, 신재생에너지원별 지원에 균형을 이루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각 당이 10일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18대 국회에 상정될 추경예산안과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 특히 신재생에너지 관련 내용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700억원도 안 되는 매출에 1000억원 지원=에너지나눔과평화 등 일부 에너지관련 시민단체들이 한나라당과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과 추경예산안 중 신재생에너지 관련 부문을 비판하고 나섰다. 우선적으로는 비판하는 부문은 지열 이용 확대 1000억원 등 이의 급작스러운 지원 확대다. 지열은 다른 태양광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 영역에 비해 실효성 검증이 덜 됐으며 업계가 추산하는 지난해 지열업계 총 매출액이 600억∼700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 자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사무처장은 “1000억원 대부분이 지방보급 사업의 일환으로 사용되면 주로 농촌 비닐하우스 등에 지열 시스템이 주로 설치될 것”이라며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임시건물에 수백억원 이상을 들여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설치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이냐”고 말했다.
◇앞뒤 안 맞는 정책도=신재생에너지 관련 정부 정책에 초점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정부가 태양광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오는 2011년 이후 폐지하고 한전 자회사를 중심으로 의무할당제(RPS)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과 추경예산이나 민생대책으로 단기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정책 방향이 반대라는 설명이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차장은 “발전차액 관련 정책을 보면 민간 참여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또 추경을 통해 중소 민간사업자에게 돈을 주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정책에 두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추경예산안 등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정책 추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최소 10년 이상의 중장기시각이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을 반년, 혹은 1년을 기간으로 상정한 추경예산안이나 단기정책을 근거로 추진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정부, 민생 조기 안정 위해 불가피한 조치=하지만 정부는 이번 정책과 추경예산이 우선적으로 고유가로 인한 민생안정에 초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창현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장은 “고유가로 인한 타격은 농촌 등에서 심각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문의 피해를 줄이는 지열에 지원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풍력보다 온수 등을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열 시스템을 지원하는 게 농어촌 등에는 고유가 대책으로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이 기회를 통해 그간 지원이 부족했던 지열 등의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리려는 의도도 있다. 정 과장은 “태양광 분야 지원은 당장 내년에 2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지만 지열 분야는 그간 지원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이 항상 있어 왔다”며 “신재생에너지원별 지원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도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여전히 정부에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장기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항상 장기적으로 석유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번엔 민생안정, 복지에 목적을 우선적으로 국한시킨 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순욱기자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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