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한 지인은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서민에게 ‘삥’을 뜯어 재벌에게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언성을 높였다.
고환율을 통한 수출드라이브는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기업에는 득이 됐다. 하지만 서민에게는 고물가를 부추겨 살림살이만 어려워졌으니 결국 서민의 돈을 뜯어 일부 기업 배만 불려 놓았다는 불만이었다.
수출이 국가 경쟁력인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경제정책 우선 순위는 수출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원화가치의 절하, 즉 환율이 상승되면 수출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은 경제상식이다. 그러나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가 국제유가가 미친듯이 오르고 있는 상황인데도 고환율을 밀어붙인 것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측에서도 고환율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에서 얻은 수익을 고스란히 해외에 다시 갖다 바쳐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됐다.
결국 수출드라이브를 위해 밀어붙였던 고환율 정책은 경제팀이 물러나야 한다는 빌미를 제공했다. 경제팀이 의욕을 갖고 호기 있게 던진 카드가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와 돼 자신의 목을 치는 비수가 된 것이다.
이처럼 서민의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는 물가 안정이 우선임을 선언하며 뒤늦게 외환보유고를 풀어서라도 환율 급등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외환위기 때에도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고 자신하며 환율을 방어하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아픈 기억이 있다.
물론 IMF 시기의 상황과 현재는 다르다. 국가경제의 기반은 튼튼해졌고 외환보유고는 당시의 20배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경제의 볼륨이 커진만큼 하루에 거래되는 외환 유동성도 엄청 커졌다. 그만큼 하루에 잃어버릴 수 있는 규모도 늘어났다. 지금은 신중한 환율정책이 필요한 때다.
권상희기자<경제교육부>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