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특집]충전 인프라 구축이 선결과제

 전기차가 작금의 고유가를 극복하는 데 투입할 수 있는 친환경 교통수단이지만 해결할 과제도 많다. 가솔린 차량과 비교할 때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도 매우 불편하다. 가솔린 차량은 한번 주유하면 500㎞ 이상 주행하지만 전기차는 최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도 일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130㎞에 그친다. 도심지의 혼잡한 주행조건까지 고려하면 전기차로 서울 시청에서 수원 운동장까지 한번 왕복해도 배터리 충전등에 불이 들어올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위한 주유소는 전국 어디에나 있지만 전기차는 외부 충전시설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가정에서 전기코드를 끌어내 플러그를 꽂아야 한다. 그동안 전기차의 용도가 골프카트, 동네쇼핑카에 머물렀던 이유도 짧은 주행거리와 불편한 충전환경 때문이다.

 전기차의 아킬레스건에 대한 해결책은 매우 간단하다. 주요 주차장마다 충전시설을 갖추고 전기차의 배터리 교환센터를 곳곳에 세우면 된다. 전기는 이미 전국 어디에나 연결돼 있기에 주차장마다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인프라 구축은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수소충전소는 영하 253도의 액화수소를 저장하는 특수탱크를 설치하는 데 수십억원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전기차 충전소는 플러그 단자와 전용 계량기만 있으면 족하다. 느긋하게 전기차를 재충전할 시간이 없다면 가까운 주유소의 전기차 충전센터를 찾아가면 된다. 즉석에서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4∼5분이면 족하다. 충전 인프라가 구축되면 이동반경이 한정된 전기차를 타고도 전국 어디든지 누빌 수 있다.

 이제는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휴대폰 통화를 하려면 이동통신 기지국부터 세워야 한다. 기름값 걱정을 벗어 던지고 이동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싶다면 충전시설부터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 운행비가 10분의 1로 감소하는 데 따른 개인과 기업, 국가의 이득을 생각해보라. 주차장에서 나올 때 전기코드를 꽂는 수고쯤은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전기차 인프라를 보급하는 정부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이미 시작됐다. 게다가 전기차를 보급하는 주도세력이 자동차 엔지니어가 아닌 IT전문가라는 소식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