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각국이 전기차 보급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데 비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배터리, 모터, 컨트롤러, 차체 등 요소기술은 이미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 다만 전기차 제조 및 운행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이 워낙 미비한 탓에 중소기업이 애써 전기차를 만들어도 합법적인 도로주행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보급촉진책에서도 순수 전기차는 지원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다. 일본·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2012년 이후 글로벌 전기차 표준을 내세우며 한국시장에 진출하면 전기차를 홀대해온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지 의문시된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친환경 교통수단인 전기자동차 보급을 위해 힘을 합쳤다. 레오모터스, 센모터스, 에이스전자, EIG 등 15개 전기차 관련업체들은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뒤진 전기차 시장확대를 위해 가칭 ‘그린카 클린시티(GCC) 네트워크’라는 협력체를 만들기로 했다. GCC네트워크는 전기차 제조사 7개와 모터·배터리·충전기 등 부품업체 8개가 포함돼 사실상 국내 전기차 업계를 대표한다.
단체 설립을 주도하는 원춘근 GCC 사장은 “개별 회사의 힘으로 전기차 시장을 넓히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여러 기업이 협업체계를 구성해 전기차 인프라의 조기확보와 대국민 홍보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래 전기차는 전기, 전자, 통신기술의 결정체로서 IT강국인 한국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며 “전기차 표준경쟁에서 주도권을 외국에 뺏기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관련업체들은 우선 전기자동차 협의회를 구성하고 전기차의 도로운행, 시판을 막는 현행 도로교통법의 개선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국회차원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기차 보급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갖고 제도개선을 다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