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개방의 원칙은 소비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렌지의 모든 전략은 이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프랑스 1위 통신사업자인 오렌지의 조르쥬 피날버 그룹 전략 총괄 부사장은 시종일관 소비자 최우선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처음부터 망 개방을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다 보니 무선망 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2위 사업자인 보다폰 계열의 SFR가 모바일 인터넷 정액제를 먼저 출시하자 맞대응에 나섰다.
오렌지 망 개방 전략은 공격적이라기보다는 점진적이다. 1위 사업자인만큼 접속 경로 개방 등 소비자 편의성에서는 앞서 움직였지만 콘텐츠 질을 떨어뜨리는 부문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피날버 부사장은 “궁극적으로는 모든 플랫폼을 열겠지만 검증되지 않은 CP들이 들어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부 API만 공개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갤러리뿐만 아니라 URL을 직접 입력해 얼마든지 외부 CP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터놨다.
피날버 부사장은 데이터 정액제나 접속 개방이 모바일 인터넷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고속도로를 짓는데 주변이 사막으로만 이뤄졌다면 누가 그 길을 가려고 하겠느냐”며 “요금제를 통해서 누릴 수 있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갖추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풀브라우징도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모바일은 모바일에 맞는 포맷이 필요하며 인터넷 환경을 그대로 휴대폰에 옮겨놓는다고 이용자들이 환호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가령 백과사전이나 e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하면 설령 애플 아이폰이라고 할지라도 보기에 불편하기 때문에 마냥 유선 환경만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일고 있는 풀브라우징 회의론과 맥락이 같다.
폰 내비게이션이나 위키피디아 서비스에는 후한 점수를 줬다. 프랑스의 최근 모바일 이슈를 반영하듯 모바일TV에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DVB-H와 다르게 인터넷을 통해 TV서비스를 제공하되 기존 TV 서비스보다 콘텐츠 길이는 더 짧고, 자신만의 방송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 등을 계획하고 있다.
피날버 부사장은 “이르면 올 연말 오렌지만의 독특한 모바일TV 서비스를 내놓을 생각”이라며 “이때 모바일 인터넷 정액제를 따로 내놓지 않고 TV, 인터넷과 결합한 형태의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인터넷을 한 번에 경험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를 위한 최적의 ‘서비스’라는 이유에서다. 망 개방을 통한 액세스는 기본일 뿐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가 핵심이라는 오렌지의 철학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