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풍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예방투자를 확대하고, 국가 차원에서 과학적이고 정확한 재해 통계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기준) 주최로 9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풍수해 현황과 대응방안’ 간담회에서 대한토목학회와 한국방재협회 등 8개 단체는 “국가와 국민이 재해예방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하고, 과학기술을 이용해 체계적인 예방 및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가한 협회 관계자들은 선진국형 재해대응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허준행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대한토목공학회)는 “지난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연평균 피해액은 2조1700억원이고, 연평균 피해복구비는 3조4000억원이었다”며 “복구비는 피해액의 1.6배가 드는데, 일반적으로 1을 투자하면 10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어 사전에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국가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현재의 재해정책의 문제점으로 △연구개발(R&D) 차원의 접근 미흡 △경제성장 위주의 국가운영체제 유지 △중앙 집중적 재해 정책추진 △관료주의 한계 및 전문성 미흡 △지역주민의 방재의식 결여 등을 꼽았다.
현 단계에서 정책 개선방안으로는 수문과 기상을 결합하는 수문기상학이나 IT기술과 홍수제어기술을 결합하는 차세대 홍수예보기술 개발 등 융합학문을 통한 방재시스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경수 성균관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한국수자원학회)도 복구 중심의 대책을 지양하고, 예방투자를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전 교수는 “지금처럼 토지이용계획이나 도시개발 계획을 모두 세우고 나서 치수 대책을 수립하면 늦다”며 “이러한 계획을 처음 수립하는 단계부터 치수와 재해예방 대책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강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한국방재학회)은 “각 부처와 기관의 시스템은 잘 구축돼 있지만, 이를 통합하는 시스템이 없어 문제”라며 “범부처 차원의 국가 통합방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섭 부경대 건설공학부 교수(한국해안·해양공학회)는 연안 피해 방지를 위한 장단기 정책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해일·파랑에 대한 재해 예방지역을 정하고 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는 등 연안 재해예측지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IPCC)는 향후 50년 내에 지구 해수면이 약 0.5∼1m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며 “전세계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 국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표를 한 최계운 인천대 토목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한국방재협회)는 “재해를 바라보는 국가와 국민의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재해 예방에 대한 예산 투입규모 확대 △재해보험의 획기적 도입 △재해부담세 신설 △침수 대응 프로그램과 시스템 구축 △각 시도에 방재연구센터 설립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권건호기자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