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트리
할리우드 산 대작들이 국내 공략을 앞두고 있는 여름. 58회 베를린영화제 관객상에 빛나는 ‘레몬트리’가 국내에 개봉된다. 에란 리클리스 감독의 레몬트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오래 된 갈등의 골을 조망하는 명작이다. 아버지가 물려준 레몬농장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살던 살마(히마 압바스)의 옆집에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이사 온다.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자리 잡고 있는 레몬 나무 숲은 남편을 여의고 아이들을 모두 타지로 떠나보낸 살마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경제적 터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 안보국의 눈에는 테러리스트들이 몰래 침입하기에 딱 좋은 은닉 통로처럼 보일 뿐. 그들은 경계 초소를 세우는 것도 모자라 나무를 모두 뽑아버려겠다는 통지를 보낸다. 살마는 변호사를 찾아가 소송을 제기하고 대법원까지 가는 투쟁을 불사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3000년간 지속돼온 갈등, 그것이 살마의 레몬 나무들을 타고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백미는 두 인물 간의 갈등과 함께 펼쳐지는 빈민들의 일상적인 삶이다. 영화는 두 민족 간의 갈등을 통해 보편적 인민들의 생활을 촘촘히 그려낸다. 또 할리우드식 결말이 아닌 담담한 결말은 이 작품이 거짓된 위안보다는 닫힌 현실에 대한 조망, 즉 이스라엘을 살아가는 일반 민초들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라는 것을 말해준다.
한정훈기자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