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타기에는 너무 깜찍한 디자인이네….’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미니의 ‘쿠퍼 클럽맨’을 보자 먼저 드는 생각이다.
외관 자체만으로 시선을 충분히 끌 것 같은 작은 차. 남성보다 여성의 취향에 맞을 것 같은 느낌에서다.
사실 ‘쿠퍼 클럽맨’의 디자인은 기존 쿠페의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차체는 제법 커졌다. 기존 모델보다 전체 길이가 240㎜ 늘어나 뒷좌석에 성인을 태워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오른쪽 옆에 붙은 ‘클럽도어(clubdoor)’라 불리는 문을 열면 체격이 작은 사람은 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접지 않고도 여유 있게 뒷좌석에 타고 내릴 수 있다.
트렁크 도어도 재미있다. 양문형 냉장고처럼 가운데 두 손잡이를 이용해 좌우 양쪽으로 여는 식이다. 열어 보면 공간은 930L로 널찍하다.
여성스러운 디자인은 내부 인테리어에도 묻어났다.
운전석에 앉아 각종 기능버튼을 잠시 챙기고 눈을 들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커다란 원형 계기판이 확 들어온다. ‘이게 뭐지’ 할 정도로 크지만 예쁜 계기판이다. 그뿐만 아니라 운전대 바로 앞에는 또 작은 원형의 RPM계기판이 자리했다. 아래에 위치한 오디오와 공조장치 버튼, 송풍구, 손잡이, 룸미러 등도 모두 원형이다.
첫눈에 비행기를 연상하게 하는 신선한 디자인이다.
대량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색다른 디자인과 주행 감각을 추구하는 개성파 소비자가 주요 타깃층이라는 설명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성스러움은 여기까지다.
시동버튼을 누르고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쿠퍼 클럽맨’은 남성적으로 돌변한다.
페달을 살짝 밟았는데도 힘찬 엔진소리를 내며 옆 차선 차들을 뒤로 따돌린다. 1600㏄의 직렬 4기통 엔진의 힘은 인상적이다. 최고출력 175마력, 최대토크는 24.5kg·m이다. 가속력은 올림픽대로에 차를 올려놓자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가벼운 차체 때문인지 씩씩한 소리를 내면서도 날렵하게 달렸다.
여기에 잠김방지브레이크(ABS)와 전자제어 제동력 배분장치, 경사로에서 밀리지 않게 해주는 힐 어시스턴트 등의 안전장치도 갖췄다. 펑크가 나더라도 80㎞의 속도로 150㎞를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까지 장착했으니 결코 작다고 얕볼 차가 아니다.
물론 가격이 만만치 않다. 1.6ℓ ‘쿠퍼 클럽맨’의 가격은 3600만원인데 도로에서는 그 정도 값을 충분히 하는 듯하다.
윤대원기자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