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츠가 집적 회로를 발명하고, 일본이 컬러TV를 시판하던 59년 우리는 진공관식 라디오를 처음 개발했다. 해외 반도체 업계가 256K D램을 본격적으로 생산했던 83년에 우리나라는 64K D램을 개발하고, 이후 10년 만에 세계 메모리 분야의 1위로 올라선다. 62년 전자수출 50만달러를 기록하던 나라가 2005년 일본,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IT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하는 나라가 됐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인터넷 보급과 같은 정보화는 세계 최고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IT코리아’가 됐다. IT산업은 건국 60년 동안 산업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으며, 교육·문화 등 생활 방식까지 크게 바꿔 놓았다.
이러한 IT산업의 성공과 신화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인의 적극적인 투자와 해외진출의 ‘기업가 정신’, CDMA 상용화 등 과학기술계의 치열한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도 일조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우리 경제는 요즘 한마디로 어렵다. 배럴당 150달러를 위협하는 초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경제전반의 비용을 상승시키고 있다.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저출산의 인구 구조 변화는 장기적으로 경제 활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00년 이후 유일하게 10% 고성장을 해오던 IT산업도 전 세계적인 IT시장 성숙으로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 대만·중국 등 새로운 경쟁자 부상은 우리 IT산업 발전의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IT산업을 지속적인 성장동력으로 유지·발전시키는 길은 없을까? 우리경제의 희망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IT산업이 우리 산업을 선진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다. 그러나 방법은 IT산업 내부보다 밖에서 찾아야 한다. 이제 IT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 교육 등 모든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10년 전 인터넷은 단순히 인프라로서의 이슈였으나, 이제 인터넷은 모든 비즈니스와 사회적 이슈가 됐다는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의 지적은 좋은 예다.
IT를 융합하면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다. 낮은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이며,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조명, 공장의 생산공정, 전력산업 등에 IT를 접목하면 훨씬 높은 에너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건강관리, 의료기기에 IT를 접목하면 더욱 편리하고,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 간·산업 간 융합은 IT산업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타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성장전략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뉴 IT 전략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IT산업 내부도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대기업 중심,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의 3대 품목 편중성, 핵심 기술력 미흡 등은 IT산업이 지속적인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 해결돼야 할 과제다. 올해는 정부가 ‘전자공업진흥계획’을 마련한 지 40년이 되는 해다. 10일 열린 ‘뉴 IT 전략 발표회’는 과거 IT산업의 영광을 오늘의 시점에서 재평가하고, 미래를 위한 IT의 소명이 무엇인지를 논하는 자리였다. 이 행사에서 정부는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기업은 기업 간 협력 방안을, R&D기관들은 중소기업의 기술지원 의지를 밝혔다. 성숙한 산업으로 발전한 IT산업은 이제 정부보다 민간의 역할, 특히 기업의 역할이 강조된다. 기업가 정신과 창의적 연구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전 산업이 IT화’돼 초일류 제조업이 되는 그런 날을, 대기업만의 IT가 아닌 중소기업이 주도하고, u라이프가 실현되는 그런 새로운 IT세상을 기대해 본다.
이진호기자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