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세계 미술시장의 ‘비동조화현상(decoupling)’이 강해지고 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세계 미술시장은 호황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국내 미술시장은 급속히 침체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의 여파가 유독 국내 미술시장만 강타하고 있다.
이달 초 런던 소더비 경매사는 2주 동안 인상파와 모던 아트, 컨템퍼러리 아트 경매에서 모두 2억5100만파운드(5000억원)를 웃도는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런던 크리스티도 일주일간 현대 미술 경매에서 2억7700만파운드(5500억원)의 매출 실적을 거뒀다.
로빈 우드헤드 소더비 회장은 “세계 미술시장이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기존 컬렉터들 외에 신규 미술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구매에 나서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국내 미술시장은 올해 들어 주춤하고 있다. 매년 증가세를 보였던 해외 미술품 반입이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관세청의 통관자료에 따르면 올 초부터 5월 말까지 미술품 통관 규모는 모두 1억9767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경매회사들의 낙찰총액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옥션의 낙찰총액은 353억6010만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억1925만원 줄었다. K옥션의 낙찰총액도 206억9700만원으로 23억2790만원 감소했다.
국내 인기 작가의 작품들도 조정을 비껴갈 수 없는 분위기다. 몇몇 인기작가 작품은 지난해 시세의 절반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도 하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조정국면에 접어든 미술시장이 삼성 비자금 조사, 위작 논란 등 여러 악재를 겪으면서 탄력을 잃었다”면서 “올해 상반기 통계 수치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지만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