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인터넷]무선망개방(5) 미국- 일촉즉발! 모바일 인터텟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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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샌프란시스코에서 막 MBA 공부를 시작했다는 마크(28)는 최근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했다. 버라이즌 고객인 그는 가끔씩 휴대폰 인터넷에 접속해 도박이나 경마 사이트를 이용했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는 100달러의 요금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용 위젯으로 최근 실리콘밸리의 주목을 받는 락유닷컴. 최근 모바일 서비스를 내놓긴 했지만 미국 시장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만난 지아 셴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일본 정도를 생각하고 내놨을 뿐 아직 미국 시장은 아니다”고 귀띔한다.

 # 2 미국 현지 취재 중이던 지난달 10일. 스티브 잡스가 3G 아이폰을 발표한 이날, 이 지역 모스콘센터는 후끈 달아올랐다. 이곳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은 오로지 휴대기기로 모바일 인터넷을 즐기는 데만 관심이 집중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벤처 투자가(VC)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는 “2G 아이폰의 결점을 모두 개선한 버전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모바일 인터넷에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 3 열흘 뒤인 6월 20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3세대 통신 주파수인 2.1㎓ 대역에서 어떤 기기든지 접속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무선망 개방을 시행할 것이라 밝히고 이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FCC가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 망 개방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식 언급한 것은 지난 3월 종료된 700㎒ 대역 경매 이후로 처음이다.

 미국 모바일 인터넷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세 가지 사례다. 현재는 미미하지만 미래 잠재성은 그 어느 나라보다 크다. 애플 아이폰과 같은 혁신적인 모바일 디바이스가 앞에서 시장을 끌고 디즈니 등 막강한 콘텐츠가 모바일 속으로만 들어온다면 미국 모바일 인터넷 시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미국 정부도 오픈망에 대한 정책 틀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디바이스가 사용자 증가 견인=컴스코어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모바일 브로드밴드 기기 보급 대수는 2007년 말 기준 216만8000대. 미국 인터넷 이용자 수가 2006년 기준 2억800만명(ITU 추산)이니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는 약 1% 수준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성장률이다. 1년간 무려 154%가 늘어났다. 초기임을 감안해도 가능성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혁신적인 디바이스가 요인이다. 블랙베리와 같은 모바일 기기는 미국 시장에서 최대 인기다. 여기에다 7월 11일 미국 판매가 시작되는 3G 아이폰, 앞으로 개방된 700㎒ 대역의 버라이즌 서비스에 등장할 다양한 디바이스는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증가를 부채질할 전망이다. 서지 마타 컴스코어 부사장은 “모바일 단말기의 보급은 보다 더 많은 사용자를 인터넷에 접속하게 만들고 다시 이는 단말기 판매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가능성 엿보인다=지난 5월 M:매트릭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모바일 브라우징이 89%, 페이지뷰가 127% 늘어났다. 이를 견인한 것은 e커머스와 SNS. 1∼4위까지가 모두 이들 서비스로 채워졌다<표>. 미국은 영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콘텐츠 산업의 본고장이다. 미국 콘텐츠 산업 규모는 약 1조달러(1200조원)로 세계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방대한 콘텐츠가 모바일로 다 들어온다면 어마어마한 서비스 잠재력을 갖게 된다. 물론 아직 이용률은 낮다. 미국 모바일 이용자가 음악과 영상에 소비하는 금액 비율은 EU 이용자보다 각각 10.5%와 3.2%가 낮다. 애플 ‘아이튠스’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비추어 보면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정부·사업자, 느리지만 확실하게=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 통신사업자와 정부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2002년께부터 모바일 인터넷을 활성화할 수 있는 망 개방과 네트워크 중립성 논쟁을 지속해 왔다. 아직까지도 찬반 의견이 뚜렷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11월 FCC가 700㎒ 주파수를 경매에 붙이며 망 개방을 조건으로 내걸고, 버라이즌이 이 주파수를 사들이면서 무선망 개방이 최대 이슈가 됐다. 망 개방을 선언한 버라이즌은 기술 표준과 인터페이스 등도 공개하고 2000만달러 규모의 테스팅랩 구축에도 돌입했다. 에드 블랙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회장은 “앞으로 주파수 정책이 좀 더 경쟁 친화적이고 개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는 “1년 전쯤에 미국의 모바일 인터넷 비즈니스에 관해 물었다면 몇 년은 지나야 일어날 먼 이야기라고 얘기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내년쯤이면 본격적인 비즈니스가 일어날 것”으로 자신했다.

 잠룡(潛龍)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워싱턴·샌프란시스코(미국)=최순욱기자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