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초까지 경기 회복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가 사실상 비상 국면을 선언했다. 최근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이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경제 성장 둔화를 반영해 IT 예산을 줄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당초 하반기에 경기가 풀릴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쳐 온 체임버스 회장의 발언이 IT업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
에후드 겔블름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체임버스의 발언은 가까운 시일 내에 별다른 호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시스코의 내년 상반기 예상 매출 성장률을 11%에서 9%로 하향조정했다”고 말했다.
IT업계의 또 다른 대표주 인텔의 실적 전망도 어둡다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나왔다. 메릴린치는 미국뿐만 아니라 신흥 시장에서도 경기 하강 조짐이 나타나 인텔이 당분간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스리니 파주리 애널리스트는 “특히 지난 6월부터 유럽과 중국에서 경기 침체 징후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9일(현지시각) 시스코의 주가는 5.7% 하락해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인텔 주가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5.3%)으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나스닥 주요 기술주들은 평균 13%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들도 일제히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올해 들어 기술 분야 매출이 전년 대비 3% 증가했으며 소비자 매출은 전혀 늘지 않았다”고 발표하면서 “특히 기술 분야는 예년에 10%씩 증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많이 줄어든 수치”라고 덧붙였다. 전미벤처캐피털협회는 1분기 벤처투자 실적이 전년 대비 4.8%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했으며 기술 분야 고용 전문 사이트인 다이스는 올해 들어 구인 건수도 6%가량 하락했다고 집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술주들이 ‘진퇴양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달러 약세로 미국 내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소비 심리가 위축돼 내수 시장이 부진의 늪에 빠진데다가 수출로 실적을 만회하려던 계획도 최근 중국 등 신흥 국가의 성장세 둔화로 달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류현정·이동인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