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일 전자상가의 친절도

 취재차 일본을 방문했다가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한 대형 전자제품 유통 매장을 찾았다. 큰 건물 4개 전체가 전자제품을 파는 이 상가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국내에서도 전자제품 유통매장을 자주 찾았던 터라 일본 상가를 보면서 ‘뭔가 좀 다르다’고 느꼈다.

 일본 매장에는 소비자가 직접 조작하며 체험하는 코너가 많았다.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고급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해 볼 수 있었다. 휴대폰과 게임 매장에는 시연을 해보려는 사람이 줄을 설 정도였다. 국내에서는 조작을 해본 뒤, 사지 않고 떠날 때 뒤통수가 따가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과 대조됐다.

 또 다른 점은 직원들의 응대 태도였다. 고선명(HD) 컨버터 신제품을 찾아봤지만 쉽게 찾지 못해, 직원에게 문의했다. 그 분야를 잘 몰랐던 직원은 다른 직원과 상의한 뒤, 상품이 진열된 위치로 나를 데려갔고 충분히 조작해보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해당 제품을 구매하라는 은근한 권유도 없었고, 자신들에게 더 이익이 남는 다른 제품을 추가로 권유하는 일도 없었다.

 최근 들어 국내의 전자제품 집단 상가도 백화점만큼 친절해지겠다며 선언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별 상가의 태도가 정말로 고객을 편하게 해줄 만큼 변했는지는 의문이다. 휴대폰을 바꾸기 위해 6월 중순께 방문했던 한 전자상가에서는 여전히 큰 목소리로 호객행위가 벌어졌다. 원하는 제품을 말해도, 더 좋은 것이 있다며 다른 제품을 늘어놓기도 했다. 물건이 마음에 안 들어 반납을 하고 환불을 받는 데도 1주일이 넘게 걸렸다.

 기자가 우리나라와 일본의 전자제품 매장에서 겪은 일이 아주 예외적인 일이었으면 좋겠다. ‘한 번 다녀온 일본에선 운이 좋았을 뿐이며 한국에서는 어쩌다 불편한 일을 겪은 것 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주는 유통업계 관계자를 만나고 싶다.

  김규태기자<생활산업부>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