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월드인 -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

[글로벌리포트]월드인 -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

 지난주 미국 증시는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의 한마디에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가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가 다소 길어지고 회복시기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는 돼야 할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기 때문이다. 체임버스의 이 말은 IT경기의 하향세에 대해 불안한 감정을 갖고 있던 증시 투자자들에게 쐐기를 박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는 그동안 “연말부터 경기가 풀릴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달래왔다.

결국 그의 발언이 알려진 당일, 시스코의 주가는 5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텔·MS 등 IT 대장주는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고, 애널리스트들은 시스코를 포함한 IT 관련 주식들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날 시스코와 인텔 두 회사가 날린 시가총액만도 40억달러에 이른다.

체임버스 회장의 한마디가 이처럼 큰 여파를 몰고 온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가 갖는 대표성과 무게감 때문이다 .

1995년 그가 CEO에 부임할 당시 시스코는 연 매출 12억달러에 머무는 작은 IT기업이다. 그는 미래를 보는 특유의 혜안으로 새 성장 분야를 찾아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키워왔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에서 지금은 전 세계 100여개 국가로 그 외연을 넓혀 현재는 연매출 400억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IT기업이 됐다.

덕분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바로 경영 지침서가 돼왔던 것이다.

요즘 그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중국 쓰촨성 대지진 피해자를 돕는 사회공헌 활동에 많은 열정을 쏟고 있다. 이에 앞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쓸고 간 걸프만 지역 주민들을 도왔고 레바논 재건설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가 마음 편하게 사회 공헌 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월스트리트를 꽁꽁 얼어붙게 한 그의 한마디처럼 시스코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체임버스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세계소비자전자쇼(CES) 2009’의 기조 연설을 맡았다. 주제는 ‘신흥시장의 미래’에 대한 것이다. 그가 지옥 같은 고통의 시기를 견뎌내고 내년 초 또 어떤 말로 전 세계를 달랠지 궁금해진다.

정지연기자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