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여름은 삼인 삼색.’
이번 달부터 대학가 방학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이공계 대학생들의 움직임이 가쁘다. 공대생의 여름나기 방법은 크게 3가지.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대학원 진학, 취업 기반 쌓기, 고시 공부 등이 그것이다. 특히, 최근엔 어려운 취업에 대비, 인턴십에 응시하는 비중이 급속히 늘고 있다.
◇취업파, 인턴십을 잡아라=취업파에 인턴십은 방학 중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취업난이 비교적 덜하다는 이공계열이지만 경쟁률은 치열하다. 1일부터 인턴십을 시작하는 LG텔레콤은 지난 5월 선발때 150명 모집에 3775명이 응시해 예년보다 높은 25대1의 경쟁률을 보여 ‘취업파’들의 관심도를 반영했다. 미리 기업을 경험하고 우수 성적을 거둘 경우 입사가 보장되는 경우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기업 입장에서도 인턴십을 통해 지원자를 미리 선발해 충성도를 높일 수 있고 리쿠르팅 중간 과정을 생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 등 여러 이점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하계 인턴에 참가한 연세대 전자공학과 조윤호씨(26)는 “인턴십을 통해 기업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실제 기업에서 어떤 시각으로 일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연구실파, 자리를 사수하라=각 학교는 우수한 학부생의 대학원 유치를 위해 방학 때 미리 선발한다. 학부 이상의 전문성을 기르는데 이만한 게 없다. 연구비가 많거나 연구 환경이 좋아 ‘인기 연구실’로 알려진 곳은 학생 간 경쟁도 치열하다. 연구실 생활도 익히고 석사과정생 옆에서 전공지식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 ‘연구실 진입생’이라고 불리는 학부생들은 방학동안 석사 1학년 때부터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도록 교육받는다.
서강대 전자전기공학과 7학기째인 박승재씨(25)는 “학부 연구생이기 때문에 연구실 프로젝트 등 중요 업무 수행은 못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를 계속 하려는 입장에서 좋은 기회 임이 분명하다” 며 “기초지식도 쌓을 수 있고 연구실 분위기에도 미리 적응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고시파, 공대생 중 신인류=‘고시’를 위해 아예 휴학계를 내거나 방학이 시작되면 고시원으로 거처를 옮기기도 한다. 지난 5월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취업 서울 공대 졸업생 중 고시 준비생 비율은 전체 미취업생의 절반을 넘은 56.3%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공계 미취업자 두 명 중 한 명은 고시 준비생인 셈. 이는 비단 서울대의 일만은 아니다. 최근 변리사뿐 아니라 CPA, 7급·9급 공무원 등 다양한 고시에 도전하면서 고시파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학부과정이지만 공학계열에서 익힌 지식에 회계 등 다른 지식을 습득해 전문성을 갖추면 누구보다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회계사를 준비하는 서울대 재료공학과 장모씨(28)는 “주변 친구들은 CPA뿐 아니라 일반 공무원, 국정원 등 다양한 시험을 준비한다”며 “이공계라 좀 더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수학이나 과학 등은 아무래도 훨씬 유리해 도전하는 친구들이 최근 더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성현기자 arg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