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산국가산업단지(이하 녹산산단)는 부산 경제의 심장이다. 부산 소재의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밀집해 있는 녹산산단의 활성화가 곧바로 부산 산업과 경제의 중흥에 직결된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단지라는 점에서 녹산산단은 여타의 산단보다 약점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은 오히려 분발을 촉진해 더 큰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후발 5개 산업단지 클러스터 선정과 함께 녹산산단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동남권 산업벨트의 첨단부품 클러스터를 목표로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녹산산단의 현장을 찾았다.
◇동남권 임해산업벨트 중심=지난 90년 착공해 2002년 697만1000㎡ 규모로 조성이 마무리된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는 거제와 창원에서 부산과 울산을 잇는 동남권 임해산업벨트의 중심이다. 기계부품산업의 메카를 목표로 조성돼 현재 1385개의 입주기업 중 기계 업종이 608개로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이어 운송장비(11%)와, 철강(10), 전기전자(5%) 순이다.
기계 부품 중에서 주로 조선기자재와 자동차 부품 업종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조선업의 호황과 자동차 산업의 꾸준한 성장에 힘입어 계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지가 안정화된 지난 2003년부터 집계한 입주, 생산, 수출 및 고용통계에 따르면 매년 모든 분야에서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100%까지 성장추이를 보인다. 올해 입주기업 수는 처음으로 1400개를 넘어 1500개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수출을 포함한 전체 생산액도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타 지역 의존도 높고 중소기업 중심의 산단=각종 긍정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녹산산단 입주기업의 표정은 밝지 않다. 개별 기업의 매출이 크게 늘었어도 수익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 소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협력납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내 입주 대기업이 극소수에 불과해 지역 대중소 상생협력을 통한 기반기술 개발은 상당히 더딘 편이다. 인근 울산과 창원 등 타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지역 정서에 기댄 도움 같은 것은 꿈꾸기 어렵다. 특히 50인 이하 소기업이 입주기업 전체의 93%를 차지하고 있어 R&D 투자 여력이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정보화 마인드도 약하다.
녹산산단의 클러스터 사업이 정부의 공식 지정보다 훨씬 이전인 지난 2006년부터 자발적으로 시작된 것은 이 같은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녹산산단을 관리하는 산단공 동남본부 부산지사와 입주기업들은 2005년부터 정부에 녹산 클러스터사업 추진 필요성을 건의했고, 2006년에는 정부 지원없이 자체적으로 ‘조선기자재 미니클러스터’를 구성,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역시 자체 예산으로 ‘신기술 융합 플레이팅(도금) 미니클러스터’를 결성했고, 후발 클러스터 추진 지역으로 공식 지정된 이후인 지난 6월에는 부품소재 미니클러스터를 조직하기에 이른다.
◇중소기업 간, 중견·중소기업 간 협업 유도=녹산 클러스터 사업의 핵심은 중소기업 간, 또는 중견·중소기업 간 협업 활성화다. 대기업이 극소수에 불과한 현실에서 산업단지 자체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 해나갈 수 있는 방안이다. 운송장비부품 미니클러스터를 포함해 4개 미니클러스터는 단지 내 중견기업을 멘토로 다수 중소기업이 참여해 공동과제를 발굴하는 형태로 결성, 운영되고 있다.
공식적인 클러스터 사업 추진 원년이 될 올해 녹산클러스터추진단은 정부 지원예산을 바탕으로 ‘이노코어컴퍼니(Inno-Core-Company) 사업’을 전개해 단지내 매출 150억∼200억원 규모의 건실한 기업을 매출 1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키워낼 계획이다.
녹산산업단지의 최종 목표는 오는 2012년까지 생산 9조7000억원, 수출 38억달러, 고용인원 2만7000명에 이르는 동남권 산업벨트의 첨단부품 클러스터 구축이다.
◆동명대 산학협력센터
동명대학교 산학협력센터는 대학이 산학협력을 주목적으로 산업단지 내에 설립한 기구다. 현재 각 대학 내에 산학협력단 등 산학협력 기능을 지닌 여러 기구가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국가산업단지내에 대학 부설로 산학협력센터가 들어선 것은 동명대 산학협력센터가 처음이다.
지난 2005년부터 활동에 들어간 센터는 주로 기업과의 기술과제 공동발굴, 기업 애로기술 해소, 재직자 교육, 보유장비 활용 사업 등을 추진하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의 협력에 포커스를 맞춰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입주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재직자 교육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센터가 산업단지 내에 있기 때문에 외부로 이동해 받아야만 하는 교육과 달리 접근이 편리하고 이에 따른 시간 낭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입주기업 임직원 160여명을 교육했고 연말까지 연 교육 인원만 3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동명대 산학협력센터는 기업 애로기술 해소 및 기술과제 공동개발 등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대학 졸업생의 취업난까지 해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 동화엔텍 등 단지 내 중견기업과 각종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하며 자연스럽게 연구개발 인력을 해당 기업에 필요한 인력으로 양성해내는 것이다. 센터에는 전담교수 1명과 대학원생을 포함해 총 6명이 상주하며 기업 교육과 장비이용 등을 돕고 있다.
이희창 센터 전담교수는 “대학이 기업을 직접 찾아 실질적 산학협력을 추진하는 현장 밀착형 산학협력센터의 대표 주자”라며 “단지 내 입주해 있기 때문에 각종 미니클러스터에 교수들의 참여가 활발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산학협력의 폭도 크게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명대학교는 센터의 산학협력 기능 활성화와 입주기업의 호평에 힘입어 이 센터를 중심으로 산학협력을 주요 기능으로 갖는 동명대 녹산캠퍼스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입주업체/한라레벨
지난 89년 설립돼 현재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선박용 탱크 모니터링 시스템 전문 한라레벨(www.hanlalevel.co.kr)은 첨단 기계부품 집적화 단지를 표방하는 이곳 녹산국가산업단지의 대표적인 기술기반형 기업이다. 이 회사가 개발·생산하는 레벨계측기는 LNG선 등 원유와 가스 운반선에 필수적인 탱크 모니터링 장비로 탱크의 수위, 온도, 압력 등 각종 수치를 측정하고 이를 자동 제어해 선박 안전 운항의 토대를 제공한다.
2001년 산업단지로 이전한 한라레벨은 그해 처음 300만불수출탑을 받았고, 이어 2004년 500만불, 2005년에는 1000만불수출탑과 대통령표창을 수상하며 2007년 코스닥 상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코스닥 상장과 함께 한라레벨은 선박용 계측기 시장을 주도하는 리딩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한라레벨의 성장에는 선박용 레벨계측기 전문기업으로서 꾸준한 기술개발과 품질의 고급화를 위한 노력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또 산업단지만이 줄 수 있는 단지 내 각종 협업사업 등 산업단지공단의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노력도 이 같은 성장에 한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계측기 업종의 특성상 출시 제품의 시험인증 및 테스트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단지 내 설립된 ‘선박용 전자장비시험인증센터’는 시험인증을 위해 수도권까지 가야 했던 한라레벨과 같은 기업의 불편을 크게 덜어주었다.
한라레벨은 올해 중국 공장을 본격 가동하고 기존 선박용 계측기 시장을 넘어 발전소와 제조공장의 자동화 설비 등 육상용 계측기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조인태 기술이사는 “지난해 매출 215억원을 올렸고 올해는 320억원이 목표다. 세계 시장을 위해 국제 인증 획득에 노력하는 한편, 육상 계측기 시장으로 진출을 통해 종합 계측기 전문기업으로 자리 매김할 것”이라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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