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 더위가 10일간 계속되면서 에어컨 일부 모델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LG전자·만도위니아 등 에어컨 제조업체의 올해 생산 재고가 거의 동나면서 일부 제조사는 인기 품목에 한해 추가 생산을 하는 등 에어컨 시장이 ‘반짝 더위’ 특수를 누리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에어컨 시장이 예약판매를 비롯한 상반기까지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이달 들어 찜통 더위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면서 지난달 대비 판매량이 최대 6배 이상 증가하는 호황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삼성전자·위니아만도 등 제조업체는 생산라인을 다시 풀가동시키면서 물량 공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인기 품목인 100만원 이하 스탠드형 제품은 1주일 이상 기다려야 제품을 설치받을 수 있는 등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판매량이 지난달에 비해 6배 이상 늘어났다. 내부적으로는 총판매 기준으로 7월 한 달 동안에만 10만대 이상의 에어컨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인 7월 첫째 주 판매량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LG전자 DA마케팅팀장인 이상규 상무는 “올해 한반도는 아열대기후로 인해 8∼9월까지 에어컨 판매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본격적인 성수기로 접어든 이달부터 판매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유통 재고와 판매 추이, 기상예보를 감안해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폭염특보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하우젠 에어컨의 판매량이 6월 말 대비 7월 첫째 주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일은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판매량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물류센터는 밀려드는 주문을 차질 없이 배송하기 위해 풀가동 체제에 돌입했으며 생산라인도 풀가동하고 있다.
위니아만도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미 에어컨 생산라인을 중단한 위니아만도는 7월에만 5만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보고 재고 소진의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달 4일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인해 하루 평균 4000대 정도 팔리던 제품이 5일 하루에만 1만대가 팔렸다. 이에 따라 80만∼100만원대 단품 에어컨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또 낮 최고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는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아직 비수기인 김치냉장고가 하루 평균 1000대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
김종우 위니아만도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장은 “고유가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자가 100만원 이하 에어컨을 많이 찾고 있다”며 “일부 인기모델을 구매해 설치하면 최소 1주일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전문점인 하이마트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달 들어 에어컨 판매 성장률이 200%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대비 이달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었다. 30만∼40만원대 벽걸이형 소형 에어컨은 품귀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특히 가정용 선풍기는 하루 들어오는 물량이 당일에 모두 소진될 정도다.
문주석 하이마트 홍보팀장은 “폭염이 왔던 영동과 남부지방은 3일 정도 기다려야 에어컨 설치가 가능하다”며 “이 같은 호황에 힘입어 가전제품의 판매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