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가 이 회사 사상 최대 규모의 인터넷망 업그레이드 투자에 나선다. 16일 이 회사는 2012년까지 15억 파운드(30억 달러)를 투자해 광케이블 통신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BT가 현재 제공 중인 구리 통신망보다 10배 이상 빠른 초당 100메가바이트 초고속인터넷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목표는 2012년까지 전체 영국 가구의 40%, 약 1000만 가구에 BT 광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번 전략은 지난 6월 1일 취임한 이안 리빙스턴 BT 신임 CEO의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 초고속 인터넷 강국 UK = 리빙스턴 CEO는 이번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가 경제 성장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초고속인터넷은 영국 경제를 부흥시켜왔으며 소비자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됐다”면서 “이제 우리는 영국 초고속 인터넷 역사의 새 장을 열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고 말했다.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속도가 느린 영국의 초고속통신망 환경을 BT가 앞장서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투자 발표는 그가 취임한지 약 1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BT는 광통신 투자를 위해 7월 중 단행할 계획이었던 25억 파운드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잠정 연기할 계획이다.
◇ “오프콤, 규제를 풀어라” = BT는 이번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를 향해 목소리도 높였다.
영국의 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을 향해 규제 철폐를 요구한 것. BT는 “현재 BT는 모든 가정에 구리선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보편적 서비스(universal service)’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T는 오프콤의 또다른 규제인 ‘오픈리치서비스(Open Reach Sevice)’에 대해서도 수정을 요구했다. 오프콤은 경쟁업체들이 BT 통신망을 BT와 동등한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망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BT는 “현재 BT가 경쟁업체에 도매로 망을 판매하는 이른바 오픈리치서비스의 자본 대비 수익률(return on the capital)은 10%로 제한돼 있다”면서 “이 제한선을 풀어야 광케이블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대용량 콘텐츠가 BT의 카드 = BT가 대규모 통신망 투자에 나서는 것은 단지 인터넷 속도 때문만은 아니다. BT는 앞으로 인터넷망으로 고화질 영화와 복잡한 그래픽의 게임을 동시다발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대용량 대역폭을 소비하는 애플리케이션(Multiple bandwidth-hungry applications)이기 때문에 BT의 광케이블 투자도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등은 BT의 투자 발표에 대해 “BT를 위협하고 있는 버진미디어와의 경쟁에서 BT를 보호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