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문서가 종이문서의 효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이에 불복해 새로운 법규정 제정을 추진함에 따라 관련업계가 전자문서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시간끌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6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국세청의 의견을 받아들여, 조만간 국세기본법 상에 ‘전자화문서의 효력’을 규정하는 새로운 법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입법형식을 별개 조문으로 할지, 단서 조항으로 할지 등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르면 8월 입법예고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이 같은 방침에 관련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이미 법제처가 6개월 이상 현행법을 검토해 ‘전자화문서의 효력’을 인정한 유권해석을 내린 마당에,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는 새로운 법 규정을 만들겠다고 나서 전자화문서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 전자거래기본법에 근거해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에 수천억원을 투자한 기업들로서는 법제처의 유권해석만을 기다리며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데, 다시 새 법 제(개)정으로 시간이 지체되면 막대한 추가 비용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법제처는 서명날인이 필요한 일부 문서를 제외하고는 현행법상에서 전자화문서로 종이문서를 대체(종이문서 보관의무 없음)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관련업계로서는 지난달 내려진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현재로서도 얼마든지 본격적인 사업화가 가능하다. 또 극소수에 불과한 서명문서를 제외하고는 원본문서(종이문서) 보관의 의무도 사라졌다.
그런데도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실무부처가 새로운 법 규정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이상, 이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원본문서를 보관하지 않았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실무부처인 국세청과 기획재정부가 그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측은 “전자화문서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면 악용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 등이 있어 국세기본법 상에 이를 명시할 필요성이 있다”며 “전자화문서 활용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일률적으로 풀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보완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태도다.
업계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법을 개정해서 전자화문서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그 허용 여부를 떠나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일단 법제처가 현행법을 검토해 전자화문서의 효력을 인정한만큼 우선은 기업들이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주고, 우려가 남는 부문은 추후 조정을 거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규호기자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