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국내 금융업계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부실사태가 국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국내 은행들은 대출억제와 해외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으며 정책당국도 경쟁적인 M&A의 자제를 촉구하는 등 금융시장의 위기도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출 억제 전방위 확산=은행들은 우선 돈줄 죄기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마이너스 대출 등 한도성 여신의 신규 약정을 억제하고 부동산 PF 대출 취급기준도 강화했으며 타 금융기관의 대환대출 취급 역시 자제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하반기 선제적 신용리스크 관리에 치중하기로 하고 경기 민감업종과 외부감사인을 두지 않은 중소기업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신규 여신이나 만기 연장 건에 영업점장 취급 전결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주택 미분양의 수도권 확산과 중소형 건설업체의 유동성 위기 등에 대비해 부동산 PF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으며 건설업종에 대한 대출의 지점장 전결권을 축소했다. 또 유가관련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단계별 여신 운용 시나리오를 마련해 실행하고 있으며 유가관련 업종을 특별관리업종으로 분류해 지점장 전결권을 축소했다.
◇해외 부문 리스크도 선제 관리=미국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채권에 우리나라 은행들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부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프레디맥 관련 채권에 2000만달러를 투자해 1분기 281만달러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외환은행은 1분기부터 해외채권의 투자한도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며 신용리스크 점검주기를 단축했다.
신한은행은 두 모기지 업체의 채권에 490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해외점포의 연체율 관리 주기를 월 단위에서 주 단위로 변경하고 점포의 성장 속도를 조절하는 등 점포의 부실화 가능성은 사전차단할 계획이다.
미국 현지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을 통해 2300만달러를 투자한 우리은행 역시 채권 투자에 따른 손실은 없지만 외화자금 시장의 경색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 유동성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은행 간 경쟁적인 M&A 자제해야=금융위기감이 확산되면서 경쟁적인 M&A는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7일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국내 은행 간 M&A와 관련해 공격적이거나 과도하게 경쟁적인 자세는 은행 경영환경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만큼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국가경제와 금융시장 전체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금융시장은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는 개연성도 충분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의는 가능한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에 대비해 위험관리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하는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덩치를 키우기 위한 M&A 경쟁에 치중하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