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독일 검사기관인 ‘TUV’로부터 10가지 유해물질의 공식 시험소 인증을 획득했다. 유럽연합(EU)이 지난 2006년 7월부터 ‘유해물질사용 제한지침(RoHS)’을 본격 시행한 데 이어 오는 12월1일까지 ‘신화학물질 통합관리제도(REACH)’ 신고도 의무화한 가운데 국내 업계의 유해물질 관리 능력을 한차원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SDI(대표 김순택)는 지난해 TUV로부터 RoHS가 규정한 납·카드뮴·6가크롬·수은 등 4가지 유해 중금속 시험인증을 따낸 데 이어 최근 4종의 브롬계 난연제와 2종의 할로겐류 유해물질에 대한 국제 공인 시험소 인증을 취득했다고 17일 밝혔다. 시험소 인증이란 해당 기업이 특정 유해물질의 평가·분석·검사 능력을 갖춘 것으로 TUV가 공인한다는 뜻이다. 삼성SDI는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TUV 인증을 보유한 곳으로, 단일 기업으로 가장 많은 규모의 TUV 인증을 갖추게 됐다.
삼성SDI가 추가 인증 획득한 6개 유해물질 가운데 브롬계 난연제 4종은 인쇄회로기판(PCB)에 열이 발생할 때 발화를 지연시키기 위해 코팅하는 ‘PBB’, ‘PBDE’, ‘TBBPA’, ‘HBCD’ 등 네가지 물질이다. 전자제품을 소각 처분할 때 브롬계 난연제는 환경 호르몬과 발암성 물질을 발생시키는 것을 알려져 있다. 2종의 할로겐 유해물질에 대한 시험소 인증은 폴리염화비닐(PVC)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염소류와 브롬류의 총함유량을 평가할 수 있는 인증 자격이다. 삼성SDI 중앙연구소 이계형 수석연구원은 “자체 생산하는 제품은 물론이고 각종 부품 협력사들의 신뢰도도 함께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향후 해외 시장에서 유해물 분쟁이 발생해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연내 염소계 난연제와 안티몬 등 추가 유해성 물질에 대한 분석 기술도 확보, 내년도 TUV 인증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에만 5개, 오는 2010년까지는 총 7가지 유해물질의 인증을 추가 획득한다는 목표다. 이 연구원은 “EU 등 범대륙 단위의 환경 규제 외에도 최근 각국마다 수많은 강제 규범이 속속 생겨나는 추세”라며 “환경 규제가 기업의 존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