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B(구매자)씨는 중고 오토바이를 사기로 마음 먹고 인터넷 사이트에 구매 희망 글을 올렸다. 그러자 D씨가 판매를 하겠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조건이 괜찮아 B는 한 번의 통화에 구매를 결심했다.
하지만 D는 사기꾼이었다. 오토바이가 없던 D는 판매 사이트에 제품을 팔겠다고 글을 올린 A에게 전화를 걸어 190만원에 직거래하자고 제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 다음 D는 원구매자 B에게 전화를 걸어 A의 계좌로 대금 190만원을 입금하게 했다.
다음날 D는 A에게 전화를 걸어 급한 일이 있어 계약금 5만원을 제외한 185만원을 일단 돌려주면 좋겠다고 전화를 걸었다. D는 환불받을 계좌라며 다른 명의인 C(금은방 주인)씨의 계좌번호를 불러줬다. A씨는 다른 사람 명의라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아직 오토바이를 넘기지도 않았고 전화상으로는 별 의심갈 만한 내용도 없어 해당 계좌로 입금했다.
D가 자신의 계좌가 아닌 C의 계좌를 불러준 것은 자신의 신분을 세탁하기 위해서다. D는 이미 몇 시간 전 금은방 주인 C에게 금 185만원을 구매했고 잠시 뒤 돈을 친구가 송금할 것이라고 말해둔 터다. 결국 D는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며 A씨의 돈으로 금을 구매한 후 도주해버렸다. B는 오토바이 살 돈을 사기당했고 A, C는 자신의 계좌를 도용당했다.
이 사건은 지난 6일 인터넷 사기 피해 고발 사이트인 더치트(thecheat.co.kr) 게시판에 신고된 내용이다. 피해자 B씨는 A씨를 고소했지만 사건 전후를 조사해보다 A씨 역시 피해자였고 금은방 주인 C도 D의 사기 행각에 이용당한 것이다. 판매자 A씨는 사기꾼으로 몰렸고 진짜 사기꾼 D는 자신의 이름과 계좌번호 하나 남기지 않고 대포폰과 남의 정보를 활용해 185만원 상당의 재물을 수취한 것이다.
더치트에 따르면 이 같은 ‘제3자 사기’ 유형은 지난해 몇 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수십 건에 이르는 등 부쩍 늘었다. 제3자 사기는 사기꾼이 판매자에게는 소비자로 가장하고 또 소비자에게는 판매자인 척하면서 돈과 물품을 가로채는 새로운 수법이다. 더치트 운영자 김화랑 대표는 “사기꾼이 직접 드러나지 않고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사기를 치는 제3자 사기 형태가 올해 들어 증가하고 있다”며 “인터넷을 통한 사기 사건이 점점 지능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같은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보통 배상을 위해 자신이 송금한 계좌 주인만을 고소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수사하기 전에는 제3자 사기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우선 직거래를 피하는 것이 좋다. 서울특별시 전자상거래센터(ecc.seoul.go.kr) 정지연 팀장은 “가급적이면 개인 간 거래를 피하고 안전한 전자상거래 시스템 내에서 구매해야 사기를 당해도 사후에 보상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또 현금거래보다는 신용거래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신용카드회사나 인증받은 안전거래 사이트가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중재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화랑 대표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싸거나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직거래를 유도한다면 사기를 의심해봐야 하며, 사기를 당했을 때는 경찰서에 신고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star@
더치트는=인터넷 쇼핑 사기 피해 신고 사이트인 ‘더치트’(www.thecheat.co.kr)는 지난 2006년 1월 설립됐고 현재 회원 수가 5만6000명에 이른다. 이 사이트는 인터넷 쇼핑 사기 피해 사례 공유로 사기 피해를 막고 피해자 간 공동 대응으로 투명한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더치트에는 사기꾼 이름·계좌번호·연락처와 사기 경험자의 조언 및 행동 강령·대처법 등이 올라온다. 또 검색을 통해 동일범의 이름·아이디 등을 분석해 제품 구매 전 확인이 가능하다. 더치트는 비영리 사이트로 회원들의 기부금 등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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