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제품을 사용 중인 고객은 앞으로 정보기술(IT) 예산을 더욱 늘려 잡아야 한다.
세계 최대의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SW) 기업인 SAP는 공급 가격의 17%였던 ERP 유지보수요율을 2012년까지 22%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모든 계열사가 SAP ERP를 사용 중이어서 이번 인상으로 추가 지급하는 유지보수요율만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등 SAP 국내 고객사의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됐다.
SAP코리아는 이번 조치가 본사의 새로운 유지보수 지원 정책에 따라 스탠더드(17%), 프리미엄(22%), 엔터프라이즈(22%)의 세 종류로 나뉘었던 유지보수 프로그램이 엔터프라이즈서포트 형태로 통일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고객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스탠더드 계약이 주를 이룬다. 신규고객은 새 유지보수 프로그램 도입에 따라 바로 계약가격에 22%에 해당하는 유지보수요율을 적용받는다. 기존 고객은 올해까지는 기존 유지보수요율(17%)이 적용되지만 내년부터는 엔터프라이즈 서포트 유지보수방식으로 전환돼 18.36%를, 2012년에는 22%의 유지보수료를 내야 한다.
<뉴스의 눈>
SAP가 고객들의 반발을 예상하고 유지보수요율을 인상한 것은 신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AP는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ERP를 공급하면서 세계 4위의 SW기업으로 성장했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는 시장 포화로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한 매출 성장세는 크게 둔화되는 추세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 가운데 신규 매출(라이선스)이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그쳤지만 유지보수 매출 비중은 37%에 이른다.
한국오라클도 최근 제품 가격을 평균 18%가량 인상한 데 이어 공공부문 DBMS 유지보수요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이래저래 국내 고객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SAP 측은 “새 유지보수 프로그램은 단순한 버그 수정이나 지원 패키지 차원이 아닌 종합적인 지원을 통해 리스크 감소는 물론이고 IT 투자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고객을 위한 더욱 완벽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AP의 협력사의 한 관계자는 “17%의 요율로도 고객을 설득하기 힘든 상황에서 22%로 올리게 되면 고객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17%의 유지보수요율로 알고 계약한 기존 고객들에게도 유지보수요율 인상, 기존고객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IT서비스 기업의 또 다른 관계자는 “SAP나 오라클 등의 유지보수요율 인상은 M&A 등을 통해 확보한 시장 과점 지위를 바탕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전혀 고려치 않은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다국적 SW기업들의 유지보수요율 인상은 국산 SW기업에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한 SW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받는 유지보수요율은 10% 미만이었으나 이번 계기로 유지보수요율을 현실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또 저렴한 유지보수요율이 국산 SW가 공공 및 민간시장에 침투하는 데 장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유형준기자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