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표준 개발 민간 역할 대폭 강화

 기술표준에서 민간부문의 역할이 대폭 커진다. 그간 표준 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오는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국가표준 개발 및 인증 업무를 민간에 모두 이양하고 표준정책 중심 기구로 변모한다. 품질·안전 등과 관련해 부처별로 부여하던 39개 마크도 통합된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원장 남인석)은 17일 “글로벌 환경이 요구하는 기술서비스 지원, 민간주도 표준화 활동을 지원하는 표준정책 추진, 민간자율형 안전관리로 시장감시 중심의 제품안전 관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중장기 플랜(KATS 2012)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기표원은 국가표준개발과 표준관리를 담당할 표준개발협력기관(COSD)을 육성,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국가표준 개발업무를 민간에 이양해 민간표준화를 활성화한다. 기표원 소관인 신제품 인증(NEP)과 소프트웨어 적합성 인증(GS), 물류 인증(LS), 재활용 인증(GR) 등은 내년부터 민간인증기관을 지정해 운용하고 공공구매 제도도 함께 개선해 인증제품 구매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공산품과 전기용품의 안전관리와 및 인증 제도를 기업 스스로 인증하는 자기적합성선언으로 바꾸고 정부는 사후관리만 맡는 가칭 ‘제품안전기본법’의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출과 관련된 해외 기술규제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술무역장벽(TBT) 중앙사무국을 오는 9월까지 설치하고 인증제도를 관리하는 인정업무를 강화하는 등 표준정책 업무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기용품과 공산품, 산업안정보호, 환경마크, 통신기기 등 정부 부처별로 나뉜 39개 인증마크도 오는 2010년까지 ‘KC’ 마크로 통합하기로 했다.

 

 <뉴스의 눈>

 남인석 기술표준원장은 민간 부문의 역할을 강화한 기술표준 정책 방향에 대해 “선수와 심판을 분리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는 말로 요약했다. 각종 제품 등의 시험을 거쳐 인증서를 발행하는 ‘인증’ 업무 자체는 민간으로 이양하고 인증 절차 및 인증 제도를 관리하는 ‘인정’업무, 즉 정책기능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그간 기술표준원은 2만3000종의 국가표준 확립, 제품안전관리 등을 통해 산업발전과 소비자보호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환경변화에 따른 신속한 표준제정 및 국제표준 대응과 기업요구에 부응하는 기술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즉, 이번 중장기계획은 자체적으로 신속하게 표준을 개발해 시장을 선점, 국제기술규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기업의 욕구와 WTO, FTA와 관련해 국가 차원의 단일 창구로 업무를 통일해야 하는 정부 욕구를 모두 만족시키려는 시도다. 장기적으로 미국처럼 하나의 인증에 여러 민간 인증 기관을 두어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민간과 정부 업무의 구분은 더욱 명확해졌지만 부처 간 업무 조정 또는 창구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일부 있다. 정보기술(IT) 융합 추세 속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관장하는 표준정책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전문성을 감안해 현행처럼 별개로 가야 할 것인지, 국가 표준정책이라는 큰 틀 속에 일원화해야 할 것인지 논의가 불거질 전망이다.

 인증마크 통합은 부처 또는 기관별로 받아야 했던 인증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순욱기자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