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 ‘아타리 쇼크’를 아는가. 저질 게임 범람으로 시장을 파국으로 몰아넣었던 일련의 사태를 말한다. 최근 미국 게임업계는 다시 한번 강도 높은 위기의식에 휩싸였다. 아타리 쇼크는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완성도 낮은 게임들을 사용자들이 외면하면서 시작됐다. 최근 위기 상황은 다르다. 게이머들의 눈높이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개발사들의 끝없는 개발비 상승에 기인한다. 미국 메이저 게임 업체들은 이런 속도로 개발비가 치솟는다면, 조만간 게임을 아무리 팔아도 개발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고 말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08 게임 위기에 대한 유력한 해결책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저예산 독립 게임, 즉 인디 게임이다. 미국 게임 업계는 현재 인디 게임들에 개발 프로세스와 인디 게임 개발 인력의 양성에 관심을 보이며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예산 ‘다운’ 창의성 ‘업’=인디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적은 개발비다. 인디 게임의 ‘형제’라고 할 수 있는 인디 영화와 특징과 유사하다. 인디 게임은 개발비 회수를 위해 상업성에 타협하는 메이저 게임과 달리 창조적인 면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인디 게임은 소규모 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게임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쉽게 게임 제작에 반영될 수 있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작가주의적 색채가 묻어나는 게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제이미 안토니스가 개발한 ‘허시(Hush)’가 대표적이다. 다수의 인디 게임 콘테스트에서 주목받은 이 게임은 아프리카 내전으로 인한 어린이들의 죽음을 리듬 액션 형태의 게임으로 만들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얼마 전 제작된 ‘슈퍼 컬럼바인 대학살’이라는 게임은 컬럼바인 고등학교의 총기 난사 사건을 게임의 소재로 다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같지만 다른 인디 영화 VS 인디 게임=‘독립(independent)’이라는 같은 수식어가 붙지만, 인디 영화와 인디 게임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존재한다. 인디 영화의 주목적은 감독의 의도를 표현하는 것이고 대체로 영화를 통한 금전적 수익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반면에 인디 게임은 그 게임을 만든 디자이너의 의도를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메이저 게임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수익 창출의 통로로서도 각광받는다. 최근 미국 게이머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은 인디 게임인 ‘에브리데이 슈터’나 ‘오디오 서프’도 다운 가능한 콘텐츠로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미 상업적인 성공과 명성을 동시에 얻은 유명 인디 게임 전문 개발사도 등장하고 있다. ‘픽셀 정크’와 ‘클루니게임스’가 인디 게임 개발사의 선발주자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도 나선다=인디 게임이 게임 업계에서 새로운 수익원으로서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비디오 게임기 공급업체도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자사 게임 플랫폼으로 더 많은 인디 게임이 출시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전용 네트워크 ‘PSN’와 ‘X박스 라이브 아케이드’를 통해 인디 게임이 일반 이용자와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최대의 게임 쇼인 E3 쇼에서 X박스 라이브 아케이드에 누구든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어 올릴 수 있도록 ‘커뮤니티 게임스’ 서비스를 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X박스 라이브 아케이드를 일종의 유튜브와 같은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로 만들려는 새로운 전략이 공개된 것이다. 많은 인디 게임 개발자와 게이머도 호응하고 있다. 또 특별한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게임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디 게임 개발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류태영 USC 인터랙티브 미디어 디비전 석사 과정 tryu@usc.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