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감소 우려로 사흘째 급락세를 나타내면서 지난달 5일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30달러선 아래로 내려갔다. 고유가에 허덕이는 우리경제의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의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한때 배럴당 129달러까지 곤두박질치는 급락세를 보인 끝에 전날 종가에 비해 5.31달러, 3.9% 떨어진 배럴당 129.29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WTI는 지난주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27달러까지 급등한 이후 무려 18달러 넘게 급락했으며 지난 14일 이후 사흘간 배럴당 15.89달러, 11% 하락하면서 지난 2004년 12월 이후 사흘 기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또 우리나라 주도입 유종의 기준가격인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17일 배럴당 2.97달러 떨어진 131.08달러로 장을 마쳤다. 두바이유 현물시장은 시차에 따라 선물시황을 하루 늦게 반영하기 때문에 18일에도 급락세가 이어져 지난달 26일(128.41달러) 이후 처음으로 120달러대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전망이 나오면서 원유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증폭된데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세를 나타낸 것이 유가의 하락세를 부채질했다면서 이날로 8월 인도분 원유 거래가 마감된 것도 유가 하락의 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유가 하락 지속은 국내 경기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유가가 10% 오르면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하는 구조로 유가 하락은 경제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연초에는 6% 안팎으로 내다봤으나 유가 급등세가 이어지자 4.7%로 수정했고, 한국은행도 고유가에 따른 실질소득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기업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하반기 성장률을 당초 전망인 4.4%보다 훨씬 낮은 3.9%로 제시했다.
앞으로 유가가 더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안정된다면 물가 안정과 내수 회복, 투자 증가 등으로 고용 여건도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