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마음 읽는 독심술 가전 인기

소비자 마음 읽는 독심술 가전 인기

 “때 이른 무더위로 결국 에어컨을 장만했어요. 주로 거실에 식구들이 모여 있는데 문제는 식사시간이에요. 식사 준비로 부엌은 금방 더워지고 에어컨에서 멀어지니까 시원함은 덜하고 정작 더운 곳은 주방인데 에어컨을 주방에 따로 둘 수도 없고 에어컨 바람이 좀 강력하게 왔으면 좋겠어요.”

 한 소비자가 게시판에 올린 사연이다.

 소비자의 불편함을 미리 알고 이를 해결한 ‘독심술 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소한 기능이지만 ‘고객 인사이트’를 통해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한 가전 제품이 불황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연초에 내놓은 바람 세기가 9m에 이르는 LG 휘센 에어컨. 이 에어컨은 음식 준비할 때 나오는 열기로 집 안 다른 곳보다 훨씬 더운 주방까지 바람을 보내는 ‘에어 로봇’ 기술로 주방의 열기를 식혔다. LG전자 측은 “다른 모델에 비해 판매량 면에서 독보적”이라며 “단일 모델로 전체 에어컨 판매량의 절반에 달하는 히트 제품으로 등극했다”고 말했다.

 삼성 지펠 냉장고에 탑재한 야채와 과일의 잔류 농약을 줄여주는 ‘태양광 야채실’과 냉장고 문 여는 힘을 반으로 줄인 ‘빌트인 핸들’도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 호평을 받은 기능이다. 태양광 야채실은 자외선 효과로 야채와 과일에 남아 있는 농약을 최고 72%까지 줄여준다. 빌트 인 핸들은 자동차 손잡이와 비슷한 오픈 방식으로 문 여는 힘을 반으로 줄여 사랑을 받고 있다.

 대우일렉이 인체공학 설계로 사용 편리성을 극대화한 ‘드럼 업’ 세탁기도 프리미엄 시장을 평정했다. 드럼 업은 문 개폐와 세탁물을 넣고 꺼낼 때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드럼 자체를 11㎝ 끌어올려 허리와 무릎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 이 회사 박선후 이사는 “고객 시각에서 개발한 대표 제품”이라며 “지난 2월 출시 이후 6월까지 매월 50% 이상 판매량이 증가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프리미엄 드럼 세탁기 판매 비율이 6배 이상 급증하는 실적을 올리며 전년 대비 드럼세탁기 매출을 450%나 견인했다.

 독심술 가전은 대형뿐 아니라 소형 가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크룹스에서 선보인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에스프레제리아 XP7200’은 설명서를 제품 안쪽에 내장했다. 제품설명서는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일이 많다. 작동 방법이 생소한 에스프레소 기계는 설명서가 없으면 난감하기 일쑤다. 이에 크룹스는 제품 안쪽에 설명서가 들어가는 홈을 따로 만들었다. 설명서도 얇은 플라스틱 방수 재질로 만들어 물에 젖어도 찢어지지 않는다.

 필립스전자가 선보인 검은색 전선 다리미도 소비자 입장에서 개발한 제품. 보통 하얀색인 다리미 줄을 검은색으로 바꿨다. 주로 바닥에 앉아서 다림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다리미 줄이 쉽게 때가 타서 보기 싫어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밀레코리아도 진공청소기 흡입 봉지를 차별화했다. 먼지 흡입 봉지를 종이나 비닐이 아닌 얇은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었다.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끝이 뾰족한 물체가 빨리면서 얇은 흡입 봉지가 찢어지는 일이 많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