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설치 15일 걸린다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에어컨 설치에 제동이 걸렸다. 이달 초부터 마른 장마에 불볕 더위까지 겹쳐 에어컨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설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설치전문점들은 경쟁사의 ‘설치기사 모시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품귀현상을 보이는 12∼15평 스탠드형은 소비자의 주문 후 설치까지 1주일 이상을 기다려야하고 그마저도 예약이 밀려 있는 실정이다. 특히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가 발효된 영서와 남부지방은 최소 15일 이상을 기다려야 에어컨 설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컨 설치기사 주신용씨(서울 오류동)는 “갑자기 신청이 몰리는 바람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며 “야간 작업을 하는 데도 도저히 설치 요청을 감당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전국에 10개의 직영 서비스센터와 5개 분소를 두고 있는 LG전자 시스템에어컨엔지니어링은 에어컨 당일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최근 밀려드는 주문으로 인해 최소 7일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00∼500건의 서비스 의뢰가 들어왔으나 최근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일일 평균 700건이 넘는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병한 시스템에어컨엔지니어링 사장은 “설치 등을 위해 서비스팀을 풀 가동하고 있지만 폭염지역은 15일 이상 걸리고 있다”며 “설치기사가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설치전문점의 인력 빼가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제조사로부터 물량을 대량 확보하고 있는 전자전문점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물류팀을 따로 구성해 에어컨 설치를 진행하고 있는 전자랜드도 13평형 스탠드와 벽걸이 에어컨 설치가 평균 2일 정도 소요된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지난 토요일부터 폭염이 수그러들면서 주문량도 소폭 줄어 1∼2일 정도면 설치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인기 있는 100만원 초반대 제품은 제품을 확보해야 하는 기간을 포함해 주문에서 설치까지 평균 7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하이마트도 폭염이 왔던 영서와 남부지방은 평균 3일 가량 기다려야 설치를 받을 수 있다. 일부 설치전문점은 하루 설치 능력을 높이기 위해 현장으로 바로 출근하도록 하고 있다.

 문주석 하이마트 홍보팀장은 “지난주의 경우 인기 있는 특정 모델에 한해 공급 차질을 빚기도 했다”며 “앞으로 장마가 끝나는 8월 초부터 9월까지 열대야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에어컨 구매 수요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