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최강국으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핵심 부품·소재 국산화율은 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주력산업인 LCD와 PDP는 물론이고 차세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이르기까지 특히 대일 의존도가 심각하다. 디스플레이 산업을 국가 주력 산업으로 이어가려면 핵심 부품·소재 국산화에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회장 이상완)에 따르면 LCD·PDP·OLED의 3대 디스플레이 패널에 들어가는 53개 핵심 부품·소재 가운데 현재 20개 품목의 국산화율이 2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개 품목 중 LCD용 핵심 부품인 액정을 비롯해 실란트·반사형편광필름·확산판소재 등 총 10개 부품·소재는 아예 국산화율 제로로 전량 외산에 의존한다. PDP는 유리기판을 일본 아사히글라스 등 해외 업체에서 전량 수입한다. 차세대 AM OLED 유리기판도 국산화율 0%로 나타났다.
최근 빠르게 확산되는 터치스크린용 하드코팅 PET 필름도 모두 수입에 의존한다. 디스플레이 분야의 53개 핵심 부품·소재 가운데 22.6%에 이르는 무려 12종의 제품을 전부 해외에서 사다 쓰는 셈이다.
일부 국산화가 진척한 부품·소재 분야의 해외 의존도도 심각하다. 전체 53개 품목 가운데 국산화율 50%를 넘긴 제품은 LCD용 컬러필터를 포함해 20종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LCD용 백라이트유닛(BLU)과 냉음극형광램프(CCFL) 등 기술장벽이 낮은 품목이 대부분이다. 국산화율 70%에 이른다는 LCD용 유리기판도 삼성코닝정밀유리가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고 사실상 기술을 코닝에 전적으로 의존해 국산화의 의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소재 시장에서 순수 국내 기업은 여전히 찾아보기 드문 실정이다. LCD 업종에서 LG화학·제일모직·삼성전자·매그나칩 등 대기업 관계사가 편광판과 컬러레지스터, 드라이버IC 등을 국산화한 것을 제외하면 전문업체로는 광학필름 분야의 미래나노텍과 CCFL 분야의 우리이티아이 정도가 꼽힌다. LCD·PDP·OLED를 막론하고 일본·유럽계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독식하는 형국이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지금의 위상에 오른 것은 지난 10년간 양산 경쟁에서 성공한 결과일뿐”이라며 “기초 부품·소재 기술을 간과한다면 OLED나 플렉시블, 3차원 등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결국 주도권을 잃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