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제정하는 전자제품 유해물질 평가 규격을 국제 표준으로 반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세계 IT 시장을 선도하는 우리나라가 이를 기반으로 미래 환경규제에도 적극 대응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22일 업계 및 관계 기관에 따르면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하 기표원)은 LG디스플레이·삼성SDI 등 국내 25개 전자제품 유해물질 시험기관과 함께 염소·브로민 등 할로겐류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 국제 표준인 ‘IEC 62321’에 제안하기로 했다. 할로겐류는 전자제품에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VC) 등에 필수적으로 함유된 첨가제다. 소각 시 각종 환경 유해물질을 발생시킨다. 유럽연합은 지난 2006년 7월 ‘유해물질사용 제한지침(RoHS)’을 마련, 납·수은·카드뮴·6가크로뮴 4종의 중금속과 2종의 브로민계 난연제를 규제하고 국제 표준 규격 제정을 앞두고 있다.
기표원과 업계는 최근 ‘할로겐족 분석 평가기준 표준화’ 세미나를 열고 국가 표준 제정 및 국제 표준 반영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석우 기표원 연구관은 “우리나라가 IT산업을 선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유해물질 평가 시 유럽·미국 등지의 폐기물 표준을 빌려왔다”면서 “한국이 최적의 시험 조건을 갖추고 있고 기술력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국제 표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표원과 업계는 다음달까지 할로겐족 분석 표준 초안을 마련한 뒤 타당성 검토를 거쳐 이르면 연말까지 국가 표준(KS)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 KS 규격 제정과 함께 국제 표준인 IEC 62321에 우리나라가 개발한 분석평가 규격을 반영하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석우 연구관은 “할로겐족 평가 기준을 한국이 먼저 수립하면 적어도 전자제품 평가에 관한 한 경쟁국인 일본보다 앞서는 것”이라며 “KS 규격 제정에 이어 오는 2010년께 국제 표준화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