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든 상용차에 블랙박스 장착과 운행정보제출을 의무화함에 따라 교통시장 전반에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국토해양부는 이달 교통안전법을 개정해 택시·버스·트럭 등 상용차에 블랙박스(디지털 운행기록계) 부착을 2010년까지 의무화할 계획이다. 상용차의 운행기록을 6개월간 저장 후 정부기관에 넘기는 교통안전법 시행령도 지난 5월부로 발효됐다. 국토해양부는 모든 상용차의 디지털 운행기록을 정부차원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을 세계 처음 구축할 예정이다.
◇교통사고 원인 규명은 물론이고 예방까지=정부가 발표한 기술표준안에 따르면 블랙박스는 차량조회용 시리얼 넘버와 함께 주행속도, 가속페달(RPM), 브레이크, GPS위치정보, 조향각도, 가속도 신호를 100분의 1초마다 저장한다. 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운전했는지 디지털 기록으로 남는다. 모든 상용차는 1년에 두 번씩 표준화한 디지털 운행기록을 저장해서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교통사고 발생 시 블랙박스 기록은 원인 규명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급가속, 과속 등 난폭한 운전습관을 고치는 데도 효과적이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범죄 예방에 탁월한 효과=더 큰 변화는 택시, 트럭 등을 이용한 강력 범죄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경찰이 범죄수사를 위해 요청할 경우 정부가 보유한 지역별 상용차의 운행기록은 다음과 같이 검색할 수 있다.
‘지난 3일 저녁 10시, 일산 △△백화점에서 손님을 태운 택시 긴급수배’ ‘새벽 4시 안양 ○○사거리 뺑소니 현장주변의 트럭 검색요망’ 목격자 제보에 매달리던 차량범죄 수사에 첨단 검색 기법이 도입되는 셈이다. 택시를 이용한 부녀자 납치 등 강력범죄 예방에 확실한 효과가 기대된다.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 여전히 높아=사생활 침해와 상용차 운전자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택시조합의 한 관계자는 “사고예방을 명분으로 택시 노동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하루종일 감시해서는 안 된다. 운행기록을 정부에서 어떻게 관리하고 폐기할지 확실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는 매년 1100명씩 사망하는 상용차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블랙박스와 운행기록 제출 의무화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1만대당 사망률이 3.1명으로 OECD 평균보다 2배 높다. 강동수 국토해양부 교통안전과 연구위원은 “인천의 한 버스회사에서 블랙박스를 장착한 결과 사고율 30%, 부품비용 20%, 유류비 10%를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시민들이 공공교통수단을 안심하고 타려면 운행기록을 국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