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물리학적 방법을 활용해 췌장염의 염증을 완화하는 물질 분비 메커니즘을 규명해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포스텍 물리학과 김승환 교수·김민환 박사팀은 최근 미국 워싱턴대 의대 고득수·버틸 힐레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세포 내 특정 단백질의 활성 변화 및 이온 농도변화를 생물물리학적 방법으로 측정해 병에 걸린 인간의 신체가 어떻게 물질을 분비해 신체상태를 정상으로 조절하려 하는지의 메커니즘을 밝혔다.
김 교수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분야 권위지인 미국생화학회지 최근호에 발표됐다.
췌장은 소화효소를 분비해 소화를 돕는 기관으로 소화효소가 췌장 포상세포(Pancreatic acinar cells)로부터 비활성 상태로 분비돼 장 내에서 활성화되는데, 췌장염에 걸리면 소화효소가 췌장 속에서 활성화되면서 췌장을 손상시켜 염증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췌장염을 일으킨 상황에서 평소 비활성화된 상태로 혈관 쪽에 자리잡고 있는 PAR-2(Protease activated receptor) 수용체가 활성화된 소화효소에 특이하게 반응해 뮤신(mucin) 단백질을 분비하게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특히 PAR-2 수용체는 췌장염의 염증을 완화시키거나 악화시킨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수용체인데 이것이 염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번 연구성과는 관련 분야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연구의 특징은 PAR-2 수용체가 뮤신 단백질을 분비하도록 하기 위해 활성화하는 신호전달 물질의 활성변화를 생물물리학적인 방법으로 측정한 것. 김 교수팀은 공초점 현미경(confocal microscope)으로 발현된 단백질의 활성변화를 측정하고, FRET(Fluorescence Resonance Energy Transfer) 방법으로 형광물질들의 거리변화를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흔히 일어나는 질병인 췌장염에 대한 이해를 한층 도움으로써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환 박사는 “유전자 조작을 기반으로 한 생물물리학적 방법이 세포 내 단백질 기작의 활성 변화 측정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이 같은 학제간 연구방식은 특정 단백질의 생리학적 역할 연구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
▲뮤신(Mucin) 단백질
점막에서 분비되는 점액물질로 점액소 또는 점소라고도 한다. 당단백질의 일종으로 턱밑샘, 위점막, 소장 등에서 분비된다. 소화기관의 뮤신은 기관의 보호 및 소화운동의 윤활제 역할을 하며, 위점막 뮤신은 위산과다와 위궤양 치료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