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품 시장이 지난해보다 침체의 징후를 보이면서 수익성에서 안정성으로 트렌드가 점점 이동하고 있다.
이는 미술품 시장의 주도권 변화에 따라 발생한 현상이다. 올해 들어 미술품 시장이 침체를 보이면서 성장형 투자자들보다는 가치형 투자자들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술품 시장이 호황을 이룰 때는 많은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하면서 급성장한 작가에 투자했다. 특히 막 미술품 시장에 편입된 사람들이 이런 성장형 투자 성향을 보였다. 실제로 이런 투자전략이 유효해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이들의 과감한 베팅으로 특정 작가 작품은 기분 좋게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미술품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치형 투자자들은 미술품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이들의 경고를 무시했다.
그러나 올해 경제상황이 안 좋아져 미술품 시장의 유동성이 많이 줄었다. 이에 따라 급성장한 작가 작품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가격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성장형 투자자들의 미술품 구매량도 많이 줄었다.
반면 오랜 기간 미술품 수집을 해온 가치형 투자자들은 꾸준하게 안정성 있는 작품 위주로 구매를 이어가고 있다. 워렌 버핏이 주식을 대상으로 가치투자하듯 거품이 빠진 미술품 시장의 바겐세일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미술품 시장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미술품 투자가 장기전임을 알고 있다.
또 워렌 버핏이 IT붐이 일었을 때도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란 이유로 투자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자신들이 잘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는 작가들 작품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이런 투자철학 덕분에 미술품 가격 하락의 여파를 상당부분 피해갈 수 있었다.
한편 가치형 투자자들이 미술품 시장을 주도해감에 따라 착실하게 프로필을 다져온 몇몇 작가 작품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