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 안의 IT세상]전파사를 지키는 老기술자

[네모 안의 IT세상]전파사를 지키는 老기술자

 라디오·TV 등 국산 가전제품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시절. 으레 중심가에는 전파사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또 벌이도 제법 쏠쏠해 기술을 배우던 사람도 많았습니다. 재주 좋은 마술사처럼 잠깐 손을 거치면 죽었던 생명이 살아나듯 제모습을 찾는 물건들을 보면서 동네 꼬마들은 선망의 눈길을 보내곤 했었죠.

이제는 세월이 변해 팽팽했던 기술자의 얼굴에는 주름이 지고, 안경 너머로 보이는 두 손도 가끔씩 가볍게 떨리곤 합니다. 근사한 복장에 첨단 장비를 갖추고 고객이 부르면 득달같이 달려가는 요즘의 AS 기사에 비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지요.

하지만 일을 놓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노기술자는 오늘도 애인 다루듯 고장난 물건을 꼼꼼히 살피고 있습니다.

 

  윤성혁기자sh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