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학과 개설 10년, 허와 실] 게임 백년대계, 십년 허송세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10대 온라인 게임업체 게임학과 취업현황

 10년 전 첨단 IT학과의 대표주자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게임 유관학과가 ‘게임인재 양성’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무늬만 첨단학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자신문 탐사보도팀이 게임업계 인사책임자, 관련학과 교수, 재학생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1998년 게임학과가 처음 개설된 이후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게임 유관학과를 속속 개설해 7월 현재 전국적으로 전문대학·대학교·대학원·사이버대학을 합쳐 총 65개에 이른다. 매년 배출되는 졸업생 수는 3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게임 유관학과가 지난 10년간 게임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대학의 주요 학과로서 외형상 성장세를 보였지만 학생-교수-업체로 이어지는 3주체 간 불신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수 게임 유관학과 재학생은 IT공학을 전공한 교수진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고, 현직 교수들조차 게임학과 역할의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경기도 소재 4년제 대학의 게임공학과를 휴학 중인 A군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교수들이 가르치다 보니, 현업에서 일하면서 강의를 하시는 분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졌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게임 유관학과 교수들의 전공은 게임보다 IT분야의 비율이 높았다. IT 전공교수는 48.8%로, 교수 두 명 중 한 명 꼴로 비게임분야 전공자였다. 이에 비해 게임 관련 경력을 가진 교수는 34.2%에 불과했다.

 게임업계도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게임학과 출신 학생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며 게임 유관학과를 개설해 놓은 상아탑의 변신을 주문한다. 실제로 게임 유관학과 출신들은 게임업체들로부터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씨소프트·넥슨 등 국내 10대 온라인 게임업체에 취업한 게임 유관학과 출신 비율은 1.86%에 불과했다. 게임 유관학과 출신이 100명 중 2명도 안 되는 셈이다. 게임개발 부문에 근무하고 있는 게임 유관학과 졸업자들도 100명 중 3∼4명에 그쳤다. 업체들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게임 개발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졸업생은 업체에서 사용하는 엔진 등 기본적인 툴(TOOL)조차 배우지 못하고 사회로 배출되는 게 현실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당수 게임 유관학과 졸업생들은 지방의 중소 릴게임, 도박게임, 오토마우스(몬스터 자동 사냥 프로그램) 업체를 통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고 있다”고 전했다.

 이윤석 네오위즈게임즈 인사팀장은 “게임 유관학과는 공통역량은 차치하고서라도 특성화된 인력을 길러야 한다”며 “특히 이력서 뒷장만 봐도 매력을 줄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며 커리큘럼 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성현 학국게임학회 회장은 “초빙교수 형식으로 업체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탐사보도팀=김종윤팀장·김원석·윤건일기자 tams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