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스스로 컴퓨터 공학과랑 다른 게 뭐냐고 할 정도인데 말 다했지요.”
경기도 소재 4년재 대학 게임공학과를 휴학하고 한국게임산업진흥원 산하 게임아카데미를 다니는 이명준씨(가명·25). 그는 요즘 학교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 게임을 위해 선택한 학교였지만 게임 수업 때문에 자퇴를 고민하고 있다. 이런 그의 생각은 학과 과정이 요즘 듣고 있는 수업과 비교되면서 더 기울고 있다.
“전임 교수 한 분이 계셨습니다. 컴퓨터공학 전공이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굉장히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지만 게임 프로그래밍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게임 쪽에 경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현장학습을 한다고 해 게임 회사를 방문할 줄 알았더니 게임과 무관한 회사를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단순 견학하는 수준으로. 명색이 게임공학과 전임 교수인데 게임 쪽에 아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 씨는 교수진의 전문성 부족이 가장 실망스러웠지만 커리큘럼도 엉망이었다고 했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그래픽, 기획 수업이 있기는 했지만 학과의 뼈대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맞춰져 게임 수업이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4년 동안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딱 한 번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게임아카데미는 2년 동안 3개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한 학기당 400만원씩 내는 대학에서 4년 동안 프로젝트 한 번을 하는 것은 문제 아닙니까.”
이 씨는 자신과 같은 문제로 전과·자퇴·휴학 등을 선택하는 학생이 전체의 5∼10%는 되는 것 같다고 했다.
2년 전 경기도 소재 전문대학을 졸업해 게임 미디어 쪽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한대희씨(가명·26) 역시 준비 안 된 학교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한씨는 “교수들이 어떻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학생들을 데리고 이것저것 해보면서 틀을 잡는 식이었다”며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학생들이 학교의 실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남학생들은 일부러 군대에 자원 입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2∼3년이 지나면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커리큘럼이 제대로 갖춰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현실 상황을 이해하고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친구들은 조금 다르겠지만 내가 다닌 2003∼2004년은 거의 만족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더라. 여기 졸업해 봐야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많았다. 오죽하면 몇 년 뒤에야 학과 과정이 자리 잡힐 거 같으니까 군대나 갔다 오거나 휴학하자는 사람이 많았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