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네슘 소재가 뜬다.’
철강제보다 가볍지만 강도는 높아 휴대폰·노트북PC의 외장제로 널리 쓰이는 마그네슘 합금 소재가 휴대형 디지털기기에서 자동차·로봇용까지 영역을 넓히며 차세대 ‘황금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민간 모두 마그네슘 소재 연구개발(R&D)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앞으로 4년 내 자동차용 외장재 상용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상 채굴 물량 중 2%만 마그네슘이 나와도 성공적 광산으로 평가된다. 세계 2위의 매장량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까지 고려하면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기회의 산업인 셈이다.
◇휴대형 IT기기 부품부터 ‘각광’=지난 2000년께 처음 휴대폰 케이스 등에 적용되기 시작한 마그네슘 합금제는 2004년 이후 초경량 슬림폰이 확산되면서 휴대폰 부품으로 확산됐다. 슬림폰은 1대당 프런트 커버와 배터리 커버, 슬라이드 힌지 등 4∼5개의 마그네슘 부품이 들어간다. 삼성전자나 노키아TMC 등이 휴대폰에 마그네슘 부품 사용을 늘리면서 KH바텍·신창전기 등 국내 휴대폰 부품 업체가 관련 제품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노트북PC 케이스 제품은 마그네슘 세계 최대 매장량에 1위 생산량을 자랑하는 중국 현지로 많은 기업들이 옮겨가 전면적인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자동차·로봇·레저용 전방위 확산=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는 과거 시트프레임과 스티어링 휠 코어 등에 주로 쓰였으나 최근 적용 분야가 확대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는 시트 프레임과 에어백 하우징, 디스플레이 몰드 등 총 6개 부품 약 8.6㎏의 마그네슘 다이캐스팅 부품이 적용됐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연구소에 마그네슘 관련 개발 인력을 두고 R&D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전남신소재센터가 포스코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마그네슘을 이용한 KTX 특실용 시트를 개발·공급했다. 이 제품은 알루미늄을 이용한 기존 제품에 비해 무게가 5㎏ 가볍고 생산 비용도 10% 정도 저렴하다. 전라남도는 관련 기업을 유치, 마그네슘 클러스터를 육성하고 있다. 포스코도 신성장 동력 발굴의 일환으로 작년 7월 전남 순천에 마그네슘 판재 가공 공장을 설립해 가동에 들어갔다.
스포츠·레저 및 의료, 국방과 로봇 등의 분야에도 마그네슘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줄을 이었다. 가볍고 튼튼한 성질을 이용, 인라인스케이트나 산악용 자전거, 장애인 용품 등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방탄복이나 로봇의 팔 등으로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소재 ‘만년적자’ 해소할 기대주= 지난 상반기 대일 소재분야 적자액 중 1차금속제품이 무려 20%를 넘었다. 일본에서의 압연 강판 등 자동차용 철강 제품 수입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마그네슘 합금 소재는 일본과 기술 격차가 거의 없는 분야다. 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는 지난해 착수한 마그네슘 합금 자동차 외장제 개발 국책과제에 착수, 총 과제기간 5년 내 상용 제품까지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소재분야는 특히 선점 효과가 뚜렷해 우리가 먼저 상용화에 성공하게 되면 일본으로의 대규모 수출도 가능하다.
김병기 재료연구소 선임연구부장은 “마그네슘 소재는 우리나, 일본이나 비슷한 출발선에 서 있다”며 “얼마나 빨리 수요 가격대에 맞는 상용제품을 만들어내는지의 시간 싸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민철 마그네슘기술연구조합 이사도 “마그네슘 소재는 독일 등 유럽국가가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우리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마그네슘 부품 소재가 적용되는 IT산업은 우리가 강점이 있기 때문에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진호·한세희기자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