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LCD 패널 시장이 지난 5월말부터 다소 주춤해지자 박빙의 승부를 펼쳐왔던 우리나라와 대만 패널업체들의 격차가 서서히 벌어지고 있다. 지난 2분기 LCD 패널 재고 증가 및 가격 하락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1,2위 업체인 삼성·LG가 비교적 탄탄한 고객 기반을 갖춘데 힘입어 선전했다. 반면, 대만 AOU·CMO 등은 상대적인 타격이 심한 편이다.
특히 최근 대만 LCD 패널업체들에 이어 LG디스플레이마저 이달말부터 소폭 감산에 나서기로 하면서 하반기에는 LCD 패널 수급상황에 따라 업체들간 실력 차이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한·대만 실력차 가시화=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본사 기준 LCD 패널 매출액 4조7100억원을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지난 1분기에 이어 1조원대를 유지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 2분기 4조2133억원의 매출액에 영업이익율 21%를 기록했다.
대만 패널업체들은 뚜렷한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주목할 곳은 지난해 4분기부터 2분기 연속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던 AUO다. AUO는 지난 2분기 4조921억원의 매출액(연결기준)에 이익율이 19.5%로 떨어졌다. 3위로 원위치했다. 이 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4위 패널 업체 CMO도 지난 2분기 3조1600억원의 매출액에 영업이익율은 16%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객 기반의 차이=요즘 대만 패널 업체들이 저조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대형 고객사 기반이 취약해 시황이 악화되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LCD 패널 재고량이 늘면서 시황이 급격히 악화된 지난달 AUO나 CMO는 각각 17%, 15% 가까이 매출액이 빠졌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소니·도시바 등 대형 고객사의 고정물량이 90% 가까이 차지하는 삼성전자 LCD 총괄은 6% 정도 떨어지는데 그쳤다. LG전자가 주요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도 9% 가량 감소한 수준이었다. 5위권을 맴돌고 있는 일본 샤프의 경우 역시 안정적인 내부 공급량을 확보한 덕에 주요 LCD 패널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5월에 비해 출하량과 매출액 모두 늘렸다.
◇잇따른 감산, 하반기 영향은=이달 들어 LCD 패널 가격은 급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만 패널업체들에 이어 LG디스플레이도 다음달말까지 5% 이상 감산하기로 했다. 재고가 늘어난 상황에서 비록 성수기를 맞아 물량을 쏟아낼 시점이라곤 하나 미국·중국 등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마저 감산에 동참키로 한데는 TV용 패널의 대형 수요처가 LG전자외엔 마땅하지 않다는 이유가 크다. LG디스플레이측은 “이번 감산 결정은 IT용 패널보다 TV용 LCD 패널의 수급을 조절키로 한 측면이 강하다”면서 “일단 다음달까지 감산한뒤 (이후 생산량에 대해서는) 시장상황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TV·모니터·노트북 등 주요 세트 제품의 수요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다면 비록 탄탄한 고객사 기반을 갖춘 삼성전자마저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이에 대해 주우식 삼성전자 IR 팀장은 지난 25일 실적발표 간담회에서 “현재로선 LCD 패널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어 감산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하반기 시장상황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한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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