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ED 업계의 발목을 잡았던 일본 니치아의 특허에 대해 특허심판원이 무효 심결을 내린 데엔 서울반도체의 ‘맞불작전’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심결은 니치아의 특허 공세에 시달려온 국내 업계에 상대방의 특허를 무효화하거나 스스로 보유한 특허를 앞세워 역공을 펼치는 등 더욱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LCD 패널 특허 기술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일본 샤프의 맞소송, 국내 반도체 검사장비 전문업체인 파이컴과 미국 폼팩터의 특허 분쟁 등도 비슷한 선례다.
이번 심결에도 불구, 특허 공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심결이 나자마자 당장 니치아는 강력 반발하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허 전문가들은 일단 서울반도체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지만 장기전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니치아로선 이번 심결에 승복하거나 수세적인 입장으로 돌아설 경우 삼성·LG로 대변되는 국내 고객사 기반(시장)을 점차 상실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특허 전문가는 “니치아 입장에선 소송을 장기전으로 끌어야만 서울반도체의 LED 칩을 쓰는 고객사들을 계속 압박할 수 있다”면서 “니치아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특허 배상이 아니라 시장 점유율”이라고 말했다. 1심 무효 판결에도 불구하고 니치아가 ‘파리협약’을 내세워 기세를 꺾지 않을 경우 길게는 최고 3심까지 지리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다해도 서울반도체는 절대 유리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니치아가 항소심까지 끌고 간다 해도 최소한 2심 판결까지 국내 시장에서 서울반도체는 운신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당장 니치아의 특허 자체가 무효화된 상황이어서 서울지방법원에 계류중인 특허침해금지 소송도 서울반도체쪽에 기울 가능성이 크다. 윤선희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국내 법원에 계류중인 특허침해 소송은 물론 해외에서의 판결도 서울반도체가 유리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관측한다”면서 “해외 법원들도 다른 나라에서의 판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