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XP’ 운용체계(OS)를 사용할 수 있는 초저가PC 규격이 대폭 상향 조정됐다.
MS는 지난달 말로 윈도XP 공급을 중단하면서 10인치 이하 디스플레이와 최대 메모리 1Gb 램 등 보급형 저가 제품을 ‘ULCPC(Ultra-Low-Cost Personal Computer)’로 부르고, 이 제품에 한해 2010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윈도XP 홈 버전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본지 6월 18일자 1면 참조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는 최근 윈도XP를 탑재할 수 있는 초저가PC 규격을 확대해 주요 PC업체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ULCPC 사양은 △쟁점이 됐던 디스플레이 크기가 10인치 이하에서 14.2인치로 △CPU 속도도 1㎓에서 1.5㎓까지 △저장 용량은 80Gb에서 160Gb로 각각 높아졌다.
PC업체 측은 “새로운 사양은 여전히 지금 팔리고 있는 기본 모델에 비해서 턱없이 떨어지지만 일반적으로 인터넷 용도의 컴퓨터라면 이를 즐기는 데 큰 지장이 없다”면서 “특히 디스플레이 크기를 크게 키운 점이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MS 측은 “ULCPC 사양은 본사에서 확정, 각 글로벌 PC 벤더에 직접 통보해 한국MS 쪽에서는 세부 사양 정보까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단지 최근 일부 사양을 조정해 PC업체에 재공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의 눈
이번 조치는 윈도 XP 단종에 따른 가시적인 후속 대책이라는 면에서 주목된다. MS는 지난달 윈도XP 공급을 중단하는 정책과 관련해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왔다. 산업계의 거센 비난에도 강행한 배경을 놓고 지난해 1월 내놓은 차세대 OS ‘윈도 비스타’를 활성화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후속작인 비스타 반응이 시큰둥한 상황에서 시장 흐름을 돌려놓기 위한 지나친 ‘장삿속’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이에 대해 MS는 2008년 1월에서 6월로 단종 시점을 한 차례 연기했으며 충분한 조사 기간을 거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결국 초저가 PC 사양을 크게 완화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났다. 이는 MS 쪽에서도 충분한 사전 홍보가 없었으며 예상보다 파장이 심각하다는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근본적인 치유책은 아니더라도 산업계도 다소 한숨을 돌리게 됐다. 특히 기본 사용은 여전히 떨어지지만 디스플레이 크기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양을 개선하면서 최근 관심이 높은 초저가PC 시장을 열어 주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PC업체 측은 “원래 MS 측에서 공개한 ULCPC는 디스플레이 크기도 작을 뿐더러 사양이 너무 낮아 상품화하기는 힘들었다”면서 “새로 공개한 사양은 디스플레이 크기도 커졌을 뿐 아니라 중앙처리장치(CPU)와 저장 용량 사양이 높아져 XP 단종에 따른 산업계의 숨통을 터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재조정된 사양도 500달러 이하의 초저가 모델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미봉책이며 XP 단종에 따른 시장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도 팽배하다.
MS는 2008년 6월 30일부터 윈도XP를 더 이상 공급하지 않고 있으며 단지 조립PC 업체에 한해 2009년 1월 31일까지, ULPC에 한해 2010년 6월 말까지 제품 연장을 선언한 상태다.
강병준기자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