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가 보류된 한국전력과 자회사들이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전력수출 주력군으로 다시 뛴다. 정부 산하 산업기술 관련 12개 연구개발(R&D) 지원 기관은 일방적인 통폐합 논의보다 산업별 특수성에 따라 기능 설계를 다시해 합리적으로 개편된다. 10개 산업기술 출연연구기관(출연연) 및 산업기술연구회도 국내외 민간 R&D기관과 전면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임무·성과 중심 조직으로 재편할 방침이다.
지식경제부가 국회 ‘공기업대책특별위원회’에 보고한 산하 69개 공공기관에 대한 혁신 방안의 골자다. ‘민영화 우선보다는 선진화’, ‘통폐합 우선보다는 효율적 재편’에 무게를 둔 실행 계획이 짜여지면서 앞으로 산하 기관에 변화의 소용돌이가 예상된다.
◇한전, 혁신과 수출 ‘선봉에’= 한전과 6개 전력자회사는 그야말로 민영화에 버금가는 강도의 혁신을 요구 받는다. 지난 99년 이후 발전 부분의 경쟁체제는 도입됐으나, 민영화 논란등이 실타래 처럼 얽혀 우리 전력산업 전체의 경쟁력도 사실상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민영화의 화살은 비껴갔지만, 전력산업 구조 개편의 핵심 역할을 한전이 해야한다는 데 정부나 한전내서도 이견이 없다.
한전은 전력산업 업그레이드와 함께 이미 성장 정체기에 들어간 내수 전력시장을 벗어나 당당히 수출산업으로 변모해야 할 역할도 안고 있다. 지경부와 한전은 265만㎾ 규모인 해외 발전설비를 오는 2012년까지 800만㎾로 3배 늘리고 연간 전력플랜트 해외수주액 300억 달러, 중전기기 수출액 200억 달러를 각각 달성키로 했다. 60억달러 규모에 턱걸이하고 있는 중전기기 수출액도 3배 이상 높인다는 청사진이다.
◇석유·가스는 ‘메이저리거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가스는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워 전세계 에너지시장에서의 지위를 확고히 다져간다. 규모의 대형화 만이 전세계적인 에너지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자주개발률을 높여 갈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법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부는 현재 100만톤 규모인 천연가스 생산량을 2012년까지 350만톤으로 높일 계획이다. 특히 천연가스분야의 탐사에서부터 개발,생산,수송, 공급으로 이어지는 수직일관체계를 조기에 구축하도록 총력지원키로 했다. 석유공사는 2012년까지 1일 생산량 30만 배럴 수준 규모의 세계 60위권 석유개발 전문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R&D는 성과·효율 극대화=정부 산하 산업기술 R&D 지원기관은 그동안 업종별 전문성을 고려한 R&D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새롭게 요구받고 있는 융합화 추세 및 종합적 대응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구나 기관에 따라 R&D 사업관리 방식과 운영체계 등이 달라 R&D 수요자로선 혼란을 겪었다. 이를 성과와 효율 중심으로 ‘대수술’하게 된다.
출연연도 과제수주 중심의 기관운영제도(PBS)로 인해 수탁 경쟁에만 매몰됐던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출연연 발전기획단을 통해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하게 된다.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공기업의 혁신과 산업 경쟁력 제고는 뗄래야 뗄수 없이 함께 가야할 방향”이라며 “앞으로는 공공기관의 내부 통제시스템을 강화해 자체 사업 추진 성과도 높이고, 정부의 감독권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진호기자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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