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무역협상에서 참가국들이 27일 잠정 타협안을 도출하며 7년 만에 최종 타결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
이번 잠정타협안 마련으로 최종합의가 이뤄질 경우 관세인하 및 비관세장벽 완화 등이 이뤄져 가전, 자동차, 조선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공산품들의 해외수출에 더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인도를 비롯한 몇몇 개도국들이 잠정 타협안에 내용에 일부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국가들이 시장개방 관련 이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30일까지는 최종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인도 등 신흥 개도국들이 주 타깃으로 삼았던 연간 무역왜곡보조총액(OTDS) 허용 한도 문제는 미국과 EU가 각각 현행 한도에서 70%와 80%를 삭감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또 농산물 관세 감축과 관련한 주요 쟁점이었던 최상위 구간의 관세 감축률은 선진국의 경우 70%, 개도국은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인 46.7%가 적용된다. 관세 상한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농산물 수입국그룹(G10)의 입장을 일부 반영해 일률적으 로 도입하지는 않는다.
공산품 관세감축 공식(스위스 공식)에 적용될 계수(coefficient)는 선진국과 개도국이 각각 8과 20∼25로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개도국은 앞으로 공산품 관세를 20∼25% 이하로 낮춰야 한다. 다만 개도국에는 일부에 한해 관세 감축을 면제해주거나, 감축률을 낮춰주는 신축성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박대식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우리나라의 수출품은 자동차, 전자 등 주로 공산품인데 LCD TV만 봐도 유럽은 10%의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가 전반적으로 인하되면 우리로서는 수출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관세가 다 함께 내려가게 되면 향후 FTA 체결 협상에서 관세 문제로 줄다리기를 할 필요가 없게 돼 FTA 체결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무역협회는 “이번 타협안 마련이 최종 합의까지 진전되면 우리 기업의 수출이 탄력을 받고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일단 관세가 줄어들어 수출이 늘게 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지만 업종별로 세부적인 분석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공산품 관세율이 인하되고 반덤핑 요건이 완화되면 세계 교역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이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많이 생기므로 DDA 협상 타결은 중소기업에는 무척 반가운 일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한편, 주요국 통상각료들은 파스칼 라미 WTO 총장 주재로 ‘서비스 시그널링 회의’를 가져 서비스 시장개방 문제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서비스 시그널링 회의에서는 미국과 EU 등 선진국들이 노리는 금융, 통신, 수송, 유통, 전문직 서비스, 환경 서비스는 물론이고 인도 등 신흥 개도국이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국경간 공급 및 인력이동, 선진국 노동시장 규제 완화 등이 논의됐다.
권건호기자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