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소가 ‘에이즈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 85억원의 기술료를 받고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에 기술을 이전했다. 기술료 규모도 이례적으로 크지만 외국에 기술을 수출함으로써 우리의 높은 신약 연구개발력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감염증치료제연구센터 손종찬 박사 연구팀은 지식경제부로부터 22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에이즈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미국의 제약업체인 ‘길리아드’에 기술을 이전했다고 28일 밝혔다.
기술이전 조건은 1차 기술료 10억원 및 정액 기술료 75억원을 받는 조건이다. 2028년까지 매출에 따른 경상 기술료(러닝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화학연 측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이 받아들여질 경우 5년 뒤인 오는 2013년부터 15년 간 연간 매출에 따른 경상 기술료 수익이 3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길리아드는 하반기에 임상시험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번에 기술 이전한 물질은 기존 제품이 일으키는 신경계통 부작용 및 유전적 독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하루 한 번씩만 투여하더라도 에이즈의 발병원인 HIV-1(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길리아드는 에이즈 치료제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다국적 제약회사로, 지난해 에이즈 치료제 부문에서 3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손종찬 박사는 “신약 개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시적 성과가 도출되기 힘든 연구를 지속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이번 개발로 에이즈 치료 시장 판도가 크게 변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윤호 지경부 장관이 화학연을 방문, 연구팀을 격려한 뒤 ETRI를 찾아 태양광에너지 기술 시연 등을 참관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