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기로 한 데엔 주력인 디스플레이 사업을 사실상 떼어낼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 우선 삼성SDI로선 현재 보유한 디스플레이 사업구조의 한계가 뚜렷하다. 점차 시장이 사라져 가는 브라운관(CRT) 사업은 물론이고, PDP 모듈 사업도 성장이야 하겠지만 현상 유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PDP 모듈 사업을 삼성전자에 넘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세계 3위권이라는 휴대폰용 디스플레이 사업도 LCD 패널을 갖지 못하는 한, 외형 확대는커녕 수익성을 담보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분사후 삼성전자와 합작 법인으로 설립하는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도 홀로 투자를 감당하기 힘들다.
디스플레이 사업의 구조개편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삼성SDI로선 그룹내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주도권을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 또다른 현실적 요인이다. 과거 LCD 패널이나 2차전지, OLED 사업을 놓고 삼성전자와 사사건건 영역 다툼을 해왔지만 이제는 ‘힘’도 ‘실탄’도 없다.
고육지책으로 찾은 대안이 에너지 사업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2차전지를 제외하면 밑그림에 불과하다. 오는 2013년 매출목표 10조원 가운데 소형 2차전지 사업이 45%인 4조5000억원을 차지한다. 차세대 에너지와 신규 사업이 3조원, 디스플레이 사업이 2조5000억원이다. 디스플레이 사업만 놓고 보면 PDP·CRT·모바일 등을 합쳐 지난해 매출인 2조7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PDP 모듈 사업을 삼성전자에 위탁 경영해도 회계상 매출이 그대로 잡히는데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합작사를 통한 지분법 평가이익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돌파구로 제시한 차세대 에너지 사업과 신규 사업으로 3조원을 벌어들일 수 있을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연료전지 및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겠다고 했지만 언제 시장이 열릴지 모른다. 2차 전지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통해 부품·소재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다만, 삼성그룹이 에너지를 성장사업으로 적극 육성하려 한다는 게 희망적이다. 삼성SDI에겐 새로운 모험이지만 안착만 한다면 그룹 차원에서 디스플레이와 에너지 사업을 집중화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서한기자 hseo@